누구나 주연배우 할 날은 온다네

주님수난성지주일 / 마르코복음 14,1-15,47

by 글방구리

제가 근무하던 어린이집에서는 교사가 연극 공연을 할 기회가 종종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이 분장을 하고 나오면 아이들이 참 좋아했어요. 단오 때는 '머리에 입 달린 괴물' 같은 마당극을, 칠월 칠석이면 견우직녀 이야기를 연극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해 보내기 잔치' 때도 연극 교사 공연의 단골 아이템이었죠.


아무리 짧다고 해도 연극을 한 번 올리려면 품이 꽤 많이 들었어요. 대사 외워야죠, 배경이나 소품 만들어야죠, 음악도 고르고 노래도 배워야죠. 그러니 긴 대사를 외워야 하거나 튀는 분장으로 망가져야(?) 하는 역할은 주로 신입교사나 젊은 교사들의 몫이었습니다. 교사회 안에서 가장 연장자였던 저는 주로 해설 담당이었어요. 아니면 북이나 장구로 추임새를 넣어주는 정도?


연장자 우대 찬스를 받기는 했지만, 실은 저도 주인공을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퇴직이 결정된 뒤에 열린 해 보내기 잔치 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 손을 번쩍 들어 주인공을 맡았어요. '두부두부 영차'라는 연극을 했는데요, 이야기의 주인공은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생각주머니가 작은 아이예요.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해야 해서 연습하는 기간에도 내내 배꼽을 잡았지만, 공연 당일 아이들의 깔깔대는 웃음과 뜨거운 호응을 받으니 어찌나 흥이 나던지요. 연극 피날레는 선글라스를 쓰고 막춤을 춰서 무대를 흥분의 도가니(?) 속에 몰아넣었지요.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하겠지만, 어느 연극보다도 가장 인상 깊은 추억으로 남았네요.


성당에서도 일 년에 두 번, 복음을 연극처럼 읽는 때가 있어요. 수난기를 읽는 주님수난성지주일과 성 금요일입니다. 꼭 그렇게 대사로 읽으라는 법이야 없겠지만 제가 지내 온 본당에서는 대부분 그렇게 읽었어요. 아마도 복음이 너무 길어서 그럴 겁니다. 열심한 신자들이야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의 서사를 따라가며 비장한 마음으로 복음을 듣겠지만, 길어지는 미사 시간의 지루함에 몸이 비비 꼬이는 저 같은 날라리 신자는 하품을 참느라 고생을 합니다.


복음을 읽는 역할은 어느 본당이나 비슷해요. 대략 두세 명의 독서자가 강론대에 섭니다. 그중 한 명은 해설 부분만 읽고, 다른 람은 빌라도나 수석 사제, 제자 등 복음에 등장하는 인물을 모두 맡아 일인다역으로 읽어요.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부분은 사제가 읽고, 군중들이 소리치는 부분은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의 몫입니다. 사제도 아니고, 독서자도 아닌 일반 신자들은 좋으나 싫으나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는 군중 역할밖에는 못 해요.


실은 저도, 예수님 역할도 해 보고 싶고, 빌라도 대사도 읊어 보고 싶은데 말이죠.


오늘 성지주일은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심을 기념합니다. 당신이 태어나 자란 고향으로도, 병자를 치유하고 말씀을 선포하던 일터로도, 살아서는 다시 돌아가지 못함을 알고 예루살렘 땅을 딛는 예수님을 군중들은 환호하며 맞이합니다.


그런데 그간 예수님을 따르며 왕으로 받들었던 군중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는 군중은 서로 다른 군중일까요?


요즘이 마침 선거철이라 지지자들 사이에 고성이 난무하는 유세장 모습이 뉴스 화면에 자주 등장합니다. 선거가 가까워오면 우리나라엔 없던 새들이 날아들어요. 이른바 '철새들'인데요,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어제 입었던 파란 옷을 벗어던지고 빨간 목도리를 두르는 사람도 있고, 수십 년 살아온 지역을 옮기기도 해요.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손바닥 뒤집듯 배신하고 돌아서기도 하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건, 보수든 진보든 진영과 관계없이 비일비재합니다(저 같으면 민망해서라도 그렇게 못할 것 같은데, 정치에 발을 들인 분들은 그게 되나 봅니다).


그러면, 나뭇가지를 꺾어 손에 들고, 겉옷을 벗어 그분 발 아래 깔며 '호산나!'를 연호하는 군중은 파란 옷을 입은 군중이고, 강도 대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는 군중은 빨간 목두리를 두른 사람들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을 칭송하고 따르던 그 무리가 변절하여 그분을 죽이려는 자로 돌아선 거지, 처음부터 반대하는 다른 무리가 별도로 있었던 게 아니라고요.


예수님도 그래서 더 괴로우셨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반대편이었던 게 아니라, 자신을 따르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돌변하여 자신을 죽이라고 소리치니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수님에게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해도, 군중심리에 의해 십자가를 같이 외치고 있는지도 모르는 무리 안에서 예수님은 당신의 친구들, 제자들, 치유받은 환자들을 발견하셨겠죠. 환호와 갈채를 보내던 손으로 십자가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그들을 보며 예수님은 더 외롭게 형장으로 가신 게 아닐까요.


손수 뽑으신 유다의 배신, 믿었던 오른팔인 베드로의 외면, 늘 함께 밥 먹고 술잔을 기울이던 공동체의 붕괴, 팬덤처럼 자신을 따르던 수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질, 억울한 누명과 쏟아지는 모멸감, 마지막 보루라고 믿었던 하느님에게까지도 버림 받은 것 같은 아득한 절망, 그리고 마침내 죽음까지. 힘없고 약한 사람, 소외된 사람, 가난한 사람, 아픈 사람을 일일이 어루만졌던, 따뜻하고 강직한 한 사람의 최후가 이렇게 무너지나 봅니다.


그 과정을 기억하는 올해 성지주일도 여전히 제 역할은 군중입니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사람, 제 생각과 달라도 군중심리에 자주 휘말리는 사람, 신념에 따르기보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행동하는 사람, 정의와 공정을 찾지 않고 당장의 편의를 따르는 사람. 아, 군중의 행동은 어쩌면 이렇게 제 삶과 딱 맞아떨어질까요. 그러니 주연을 못 해 보는 건 아쉽지만, 아직까지는 군중 역할이 제게 어울리는 배역인 듯하네요.


지금은 비록 단역이지만, 누구나 주인공을 맡아야 하는 때는 오겠지요. 하느님이 정하신 때에 고통과 죽음의 길을 받아들여, 그 길을 가야 하는 연극에서 우리는 예수님처럼 주연을 맡아야 할 겁니다. 이 세상에서는 비극으로 끝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내려진 커튼이 다시 올라가는 날에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희극이 시작되겠죠. 그날의 박수갈채를 기다리고 희망하며 올해도 남은 성주간 동안 비극의 단역 연습에 몰두해 보렵니다.


수난복음은 너무 길어서 한국어 성경은 생략하고, 독일어 성경도 짧은 복음(마르코 15,1-39)으로 대신합니다.


Jesus vor Pilatus
Und gleich am Morgen hielten die Hohenpriester eine Beratung ab zusammen mit den Ältesten und Schriftgelehrten und dem ganzen Hohen Rat, und sie fesselten Jesus, führten ihn ab und übergaben ihn an Pilatus. Und Pilatus fragte ihn: Bist du der König der Juden? Er aber antwortete ihm: Du sagst es. Und die Hohenpriester beschuldigten ihn schwer. Pilatus aber fragte ihn noch einmal: Antwortest du nichts? Siehe, wie sehr dich anklagen! Jesus aber antwortete nichts mehr, so daß Pilatus sich wunderte.

Jesus Verurteilung und Verspottung
Zum Fest aber pflegte er ihnen einen Gefangenen freizugeben, den sie sich erbitten konnten. Es war aber ein Mann mit Namen Barabbas im Gefängnis zusammen mit andern Aufrührern; sie hatten beim Aufruhr einen Mord begangen. Und das Volk ging hinauf und bat ihn, nach diesem Brauch zu verfahren. Pilatus aber antwortete ihnen: Wollt ihr, daß ich euch den König der Juden freigebe? Denn er merkte, daß ihn die Hohenpriester aus Neid ausgeliefert hatten. Aber die Hohenpriester wiegelten das Volk auf, daß er ihnen viel lieber den Barabbas freigeben sollte. Pilatus aber fragte sie noch einmal: Was wollt ihr? Was soll ich mit dem machen, den ihf den König der Juden nennt? Da schrien sie zurück: Kreuzige ihn! Pilatus aber sagte zu ihnen: Was hat er den Böses getan? Aber sie schrien noch viel mehr: Kreuzige ihn! Da wollte Pilatus das Volk zufriedenstellen: er gab ihnen Barabbas frei und ließ Jesus geißeln und übergab ihn, daß er gekreuzigt werden sollte.
Die Soldaten aber führten hin hinein in den Palast, das heißt ins Prätorium, und riefen die ganze Abteilung zusammen, und sie legten ihm einen Purpurmantel um und flochten einen Dornenkrone und setzten sie ihm auf; dann grüßten sie ihn: Sei gegrüßt, König der Juden! Und schlugen ihn mit einen Stock auf den Kopf, spuckten ihn an, fielen auf die Knie und huldigten ihm.

Kreuzigung und Tod
Als sie hin verspottet hatten, nahmen sie ihm seine Kleider wieder an und fühften ihn hinaus, um ihn zu kruzigen, und zwangen einen Mann, der gerade vom Feld kam, ihm das Kreuz zu tragen. Das war Simon von Kyrene, der Vater des Alexander und des Rufus. Und sie brachten ihn zu der Stätte Golgota, das bedeutet: Schädelstätte. Und sie wollten ihm Wein mit Myrrhe zu trinken geben; aber er nahm´s nicht. Und sie kreuzigten ihn.
Und sie verteilten seine Kleider und warfen das Los, was jeder bekommen sollte. Es war aber die dritte Stunde, als sie ihn kreuzigten. Und auf eine Tafel war seine Schuld geschrieben: Der König der Juden. Und sie kreuzigten zwei Räuber mit ihm, einen rechts und einen links von ihm. Und die vorübergingen, schmähten ihn und in schüttelten ihre Köpfe und riefen: Ha, der du den Tempel abbricht und ihn in drei Tagen wieder aufbaust, hilf dir nun selber und steig vom Kreuz herab! Ebenso verspotten ihn auch die Hohenpriester, zusammen mit den Schriftgelehrten, und sagten zueinander: Er hat andern geholfen und kann sich selber nicht helfen. Der Christus, der König von Israel, steige nun vom Kreuz herab, damit wir´s sehen und glauben. Und die mit ihm gekreuzigt waren, schmähten ihn auch.
Und zur sechsten Stunde kam eine Finsternis über das ganze Land bis zu neunten Stunde. Und in der neunten Stunde rief Jesus laut: Eloi, Eloi, lema sabachtani? das heißt; Mein Gott, mein Gott, warum hast du mich verlassen? Als einige, die dabeistanden, das hörten, sagten sie: Siehe, er ruft nach Elia. Da rief einer hin und füllte einen Schwamm mit Essig, steckte ihn auf einen Stab, wollte ihm zu trinken geben und sagte: Halt, laßt sehen, ob Elia kommt und ihn herabnimmt! Aber Jesus schrie laut und verschied. Und der Vorhang im Tempel zerriß in zwei Stücke von oben bis unten. Der Hauptmann aber, der dabeistand, ihm gegenüber, und sah, daß er so verschied, sagte; Wahrhaftig, dieser Mensch ist Gottes Sohn gewe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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