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1일 / 구름이 많다
"현빈하고 손예진이 결혼 하루 앞두고 깨졌다던데?"
딸내미 등교시키고 난 뒤에 밀린 설거지를 하는 내게 남편이 하는 말이다. 그 전날 유튜브에서 그들의 결혼식 장면을 스치듯 보았기에, "어? 아닌데? 결혼식 장면 찍혔던데?"라고 했다.
"아, 그건 웨딩촬영 장면이래."
"이상하다? 거기 하객들도 있던 것 같은데?"
"으이그. 만우절이다! 현빈이 돌아왔다면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해봤다!"
"아참, 만우절이구나~?"
별 것 아닌 걸로 속았다.
"그래서, 현빈이 다시 돌아왔다니까 좋아? 당신한테도 다시 기회가 생긴 것 같아?"
남편이 다시 빙글빙글 웃으면서 말한다.
"좋지. 그런데 내가 현빈을 차지하려면 당신이 좀 비켜줘야 하는데 괜찮겠어?"
시덥잖은 농담으로 만우절을 시작했다.
만우절인 오늘은 형부의 생일이기도 하다. 초등학교(국민학교) 시절, 생일잔치를 한다고 친구들을 초대했는데, 친구들이 만우절 거짓말이라고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했다. 지금은 웃으며 기억하는 어린시절의 일화지만, 그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하필이면 이런 날 나를 낳았을 게 뭐람.' 하고 부모님을 원망했을 것 같다. 그 일화 때문이라도 형부 생일은 잊어버리지 않고 축하 메시지라도 보내줄 수 있다. 고마운 만우절.
딸내미가 하교하는 차 안에 타자마자 얼굴을 굳힌 채 말한다.
"엄마, 나 오늘 친구랑 싸웠어."
"왜? 누구랑?"
성격 탓인지 싸우는 것보다는 피하는 쪽, 참는 쪽을 택하는 아이인지라, 무척 당황스러웠다.
"무슨 안 좋은 일 있었어?"라고 다시 물으니, 딸내미는 그제야 "뻥이야~!"라며 웃는다. 또 속았다.
"엄마, 그런데 오늘 만우절이라고, 아이들이 교실 팻말 바꿔놓는 바람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아하, 너희도 아직 그런 것 하는구나?"
"그런데 아이들이 자기들도 헷갈려서 복도에서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선생님들은 다 제대로 들어오셨어."
이런 걸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거라고 하던가.
"그리고 아침에 우리한테 '오늘 육교시까지만 한다'고 하신 거야. 난 진짠 줄 알고 엄마한테 막 문자 하려고 하는데, 바로 '뻥이야' 하시더라고."
아이들도, 선생님도 서로 속이고자 하는 날, 참 귀여운 수준으로 서로를 약올리는 날이다.
일 년 중에서 오늘을 제외한 364일 동안에는 아무도 거짓을 말하지 말고,
오늘 단 하루만 서로를 웃기는 정도의 거짓을 허용하는,
만우절이 부디 그런 유쾌한 날이길.
그러면 세상도 참 살 맛나겠다.
현빈을 차지하는 것 같은 불가능한 꿈도 꾸어보게 하니, 이 어찌 아니 좋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