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의 시작과 동시에 아내와 따로 자는 날이 점점 늘었다. 생각보다 심각한 나의 코골이가 문제였다.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잠든 아내를 깨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 아내는 일단 잠이 들면 바로 깊은 수면에 들어간다. 그래서 내가 나중에 잠이 드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이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 내 코골이가 창문까지 덜덜 울리는 것만 같을 때, 아내는 결국 베개를 들고 거실로 나갔다.
가끔 거실로 나가서 잠을 청하는 아내에게 아주 미안했을 무렵, 우리 신혼집에도 첫여름이 찾아왔다. 사실 무더운 여름밤을 에어컨 없이 견딜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아니, 어림도 없다. 열을 뿜어내는 기계와 같은 내 몸은 여름 내내 땀을 내며 체온을 떨어뜨리느라 바쁘니까. 그러니 혼자 살았을 땐, 에어컨이든 선풍기든 무조건 끼고 잤다. 문제는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 것. 항상 에어컨을 켜놓고 잠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에어컨을 끄는 소리가 들리고 침실엔 온기가 돌기 시작한다. 새벽에 땀을 뻘뻘 흘리며 일어난 나는 기어코 에어컨을 다시 켠다.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에어컨을 끄는 소리가 들린다. 너무 춥다며 아내가 잠에서 깨는 것이다. 나는 결국 베개를 들고 거실로 나갔다. 거실 소파에서 선풍기라도 끼고 자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온도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나의 고약한 잠버릇과 우리의 온도 차는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문제다. 대화를 한다고 내가 코를 골지 않는 것이 아니고, 더운 게 시원해지지 않으며, 추운 게 따뜻해지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 부부가 한 침대를 쓰는 건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감내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포기하고 각방을 써야 할까.
어떤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주고, 어떤 문제는 각오가 해결해준다.
결혼하고 두 번째 여름을 맞았을 때, 아내는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 솜이불을 덮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도톰한 수면양말 속 발가락을 까딱이며 자신은 준비가 되었음을 의기양양하게 밝혔다. 자. 얼마든지 에어컨을 켜보시지. 땀쟁이 남편아. 아내의 귀여운 도발에 감동한 나는 열효율을 최대화하기 위해 팬티와 러닝셔츠 차림으로 홑이불을 덮었다.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아내의 의지 덕분에 두 번째 여름부턴 한 침대를 쓸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의 코골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혼하고 2년쯤 지나자 아내는 드르렁거리는 나의 코골이 때문에 거실로 나가는 일이 점점 사라졌다. 이유는 단순했다. 적응과 익숙함.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고 시간은 익숙함을 선물하는 법이다. 내 코골이는 여전한데, 아내가 적응하고 만 것이다.
함께 잠자리에 들 때마다, 부부가 한 침대 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때로는 불편을 감수하고, 때로는 적응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언젠가는 서로의 존재 자체가 불편해서 각방이 편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테다. 그런 날이 온다면 어떻게든 한 침대를 지키겠다며 불편을 감수했던 아내의 지금을 떠올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