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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온 May 21. 2024

자기표현을 잘하는 거니 괜찮은 걸까?

친구관계는 엄마가 해줄 수 없다

나는 어려서부터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했. 될 것 같은 상황이 생기면 단호한 거절보다는 애매모호한 대답을 했고 "내가 지금 이러해서 안 될 것 같아" 라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에둘러 말을 했다.


그런 나와는 달리 아무런 이유 없이 "안돼, 못 나가"처럼 단답형으로 말하는 첫째의 모습에 신경이 쓰였고, 괜히 '친구랑 사이가 안 좋아지진 않을까' 하면서 내 입장에서 미리 걱정을 했다.


요즘 아이들 말투가 이런 걸까?

남자 아이라 단답형으로 말하는 걸까?

내가 너무 상대방을 배려하고 말하려고 해서 그런 걸까?


자기표현을 못 하고 끌려가는 것보다는 나만의 생각이 있고 싫다는 표현을 하는 건 좋은 것 같은데 어느 정도가 적당한 선인지 모르겠다.






한 번은 첫째가 친구한테 교회를 가자는 연락을 받았다. 친구가 인도한 교회라 같이 잘 다녔는데 이 날은 가기 싫었는지 "나 오늘은 가기 싫어"라고 말을 했고, 그 친구는 기분 안 좋은 목소리로 "못 가는 거야? 가기 싫은 거야?" 하면서 한 번 더 물어 봤다.


교회는 가기 싫었지만 만나서 놀고는 싶었나 보다. "가기는 싫고 오후에 놀자"라고 했다. 잠시 둘 사이에 정적이 흘러 친구의 기분이 안 좋아졌을 거란 생각에 이 상황이 얼른 해결되길 바랐다.


그래서 통화를 끊은 첫째한테 "친구는 거절당해서 기분이 안 좋았을 거라고, 교회를 안  생각이었으 오후에 노는 것도 다음으로 미뤄야 되는 거야"라고 말했다. 막상 말을 하고 나니 내 아이가 하고 싶은 것도 있고, 한 번은 가기 싫을 때도 있는데 친구의 입장만 생각하고 그러지 말라고만 얘기를 해줬나 싶었다. 


아이들은 친구들이랑 싸웠다가도 다음 날 다시 놀기도 하고, 오늘 이 친구랑 잘 지내다가도 다른 날은 다른 친구랑 잘 지내기도 다. 내가 해결해 줄 일이 아니라 이런저런 상황을 느껴보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경험이 쌓이도록 옆에서 지켜봐 주자. 엄마 도움이 필요하면 먼저 말을 할 테니 그때까지는 너무 개입하려고 하지 말자.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오해를 하는 건 상대방의 몫이다. 말을 받아들이는 건 각자 상황과 기분에 따라 다르다. 상대방은 그냥 넘어가는 상황인데 나 혼자 오해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다른 사람마음까지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으니 내 마음에 집중하고 편한 쪽을 선택하자. 그리고 내 아이들의 선택도 존중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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