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애써도 안된다면…

시간의 마법

by 글꽃J

그냥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이루어지는 순간이 있다.


언제부턴가 내 방을 갖고 싶었다.

진짜, 나만의 방을.

형제가 많았던 나는 내 방을 가져본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대학 시절 자취하던 때.

그땐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몰랐다.


결혼하고 두 개의 방이 생겼을 때,

하나는 남편과 함께 쓰는 안방, 다른 하나는 다용도실에 가까웠다.

세 개의 방이 생긴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나는 아이 방, 하나는 남편 방, 그리고 마지막은 온 가족이 함께 쓰는 안방이었다.


글을 쓰면서, 점점 나만의 공간이 절실해졌다.

책상 하나라도 놓고 싶어 집 안 구석구석을 기웃거렸지만,

늘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혀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동안 안방에서 함께 자던 아이가

“엄마, 나랑 방 바꾸면 안 돼? 나 여기가 더 좋아.”라고 말했다.

순간, 공용 공간에 가까운 안방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 한마디에, 불시에 나는 내 방을 갖게 되었다.

그토록 간절히 바라며 애썼을 땐 그렇게도 어려웠던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릴 줄은 몰랐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 아니었다.

어릴 적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자전거를 배우고 싶었다.

평소 자전거를 즐겨 타던 옆집 아주머니가 도와주겠다고 하셨다.

학교 운동장에서 몇 번 연습했지만, 자전거 안장에 앉으면 발이 닿지 않아 불안했다.

흔들리는 핸들처럼 내 마음도 흔들렸다.

결국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며, 배움을 포기하고 말았다.


몇 해 뒤, 중학교 1학년 방학. 외가에 갔다가 한쪽에 세워진 자전거가 눈에 띄었다.

그새 다리가 자라 안장에 앉아도 발이 땅에 닿았다.

그 안도감으로, 나는 집 앞 작은 공터를 왕복하며 스스로 자전거를 익혔다.

그리고 그날 이후,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애쓰고 있다면,

그런데 아무리 해도 되지 않는다면,

잠시 멈춰서 쉬어가도 괜찮다.




조급한 마음을 다독여도 괜찮다.

때가 되면, 그토록 어렵던 일도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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