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랑
힘들고 지쳐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는 것.
사랑은 어쩌면 책임감의 다른 말인지도 모르겠다.
“엄마, 그때 왜 도망치지 않았어? 아빠가 그렇게 폭력적이었는데…”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어릴 적엔 차마 묻지 못했던 질문.
성인이 되고, 엄마가 되고 나서야 조금은 알 것 같아졌을 때, 용기를 내어 물었다.
엄마는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올망졸망 모여 있는, 작디작은 너희를 두고… 어떻게 떠나니.”
엄마의 말은 짧고 담담했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은 너무도 길고 고단했다.
엄마가 우리를 조금만 덜 사랑했더라면…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는 남았다. 그리고 견뎠다.
매일 울고 싶었을 텐데, 매일 도망치고 싶었을 텐데, 엄마는 끝까지 우리를 지켜내셨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사랑이라는 게 말처럼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걸.
때로는 그 사랑 때문에 매일을 버티고, 끝없이 책임져야 하는 삶이 시작된다는 걸.
내가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을 때, 그 감정이 찾아왔다.
퇴근길, 문을 열자마자 아장아장 뛰어나오던 아이.
넘어질 듯 다가와 품에 안기던 그 작고 따뜻한 존재.
작은 입으로 “엄마”를 부르던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아이를 지켜야 한다고, 어떤 일이 있어도 내 곁에서 울지 않게 해야 한다고.
좋은 걸 먹이고, 좋은 걸 입히고, 세상의 아픔보다 따뜻함을 먼저 알게 해주고 싶었다.
그 순간부터 내 하루는 더 이상 ‘나’로 시작하지 않았다.
그 아이의 기분, 건강, 꿈… 모든 것이 내 하루의 중심이 되었다.
책임감이었다. 그러나 강요받은 책임이 아니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선택한 책임. 누군가를 나보다 더 아끼는 일.
생각보다 꽤 괜찮은 일이었다.
엄마도 그랬겠구나.
우리를 지켜낸 것이 힘든 책임이 아니라, 사랑이었겠구나.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사랑은, 끝까지 떠나지 않는 마음.
사랑은, 지키는 일.
사랑은, 책임감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