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학생, 딸이 선생님이 된 일요일 아침
아침이면 초등 딸아이는 피아노 앞으로 달려간다.
나비가 이 꽃 저 꽃에 내려앉듯,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여 제법 선율이 고운 곡들을 소화해 낸다.
딱 1년 전부터 아이는 피아노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피아노 학원 전에도 집에 디지털 피아노가 있어,
내가 동요나 생일 축하곡을 치면 옆에서 따라 하며 즐거워했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피아노에 관심을 보였지만
미술이나 수영 등 다른 예체능을 더 하고 싶다고 해서 미뤄뒀던 피아노였다.
초등학교 3학년 어느 날, 친한 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
그 친구는 이미 3년째 피아노 학원을 다녀서 잘 친다고 했다.
우리 집에서 친구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본 아이는 어딘지 모르게 주눅이 들어 보였다.
그 이후부터 아이는 ‘피아노 학원 다녀볼까?’ 하고 물으면 친구들보다 못 칠 것 같다며 다니기를 주저했다.
학교 앞 피아노학원 원장님과 미리 상담을 한 후 아이를 데려갔다.
피아노에 관심이 많던 아이는 다니던 첫 주부터 배우는 곡들을 머릿속에 저장했다.
외워서 새로 배운 곡들을 치더니, 어느 순간부터 배우지 않은 곡들도 음을 상상하며 치기 시작했다.
피아노 선생님도 처음에는 초등학교 3학년이면 피아노를 시작하기 조금 늦은 나이라고 하셨지만,
더 먼저 들어온 아이들보다 진도를 빠르게 나간다며 칭찬하시곤 했다.
눈뜨면 피아노로 달려가 아침마다 연주하기를 1년.
이제 아이는 연주라고 부를 만한 곡들을 치기 시작했다.
피아노연주를 들으며 즐거워하는 나를 보던 아이는 며칠 전 “엄마, 이 곡 가르쳐줄까?” 제안해 왔다.
부르크뮐러25 중 6번 곡. “앞으로 앞으로”라는 곡이었다.
아이의 제안에 한 곡을 네 부분으로 나눠 5분씩 연습했다.
다행히 난이도가 높지 않아, 20분 만에 천천히 연주할 수 있었다
아이는 “엄마, 엄청 잘한다~”하며 물개박수를 쳤다.
어린 날의 추억으로 동요 정도만 치던 나에게도 오랜만에 느끼는 또다른 기쁨이었다.
선율이 머리에 떠다니며 즐거운 기분이 온종일 계속됐다.
오후에 다시 30분을 더 연주해서 연주 속도를 올렸다.
아이도 자신이 가르쳐준 학생(?)이 열심히 해서 실력이 성장하자 아주 뿌듯해하고 있었다.
앞으로 우리는 일요일마다 30분씩 ‘레슨’을 하기로 약속했다.
나는 학생, 딸은 선생님. 그리고 레슨비는 만 원.
내가 피아노를 가르쳐주던 아이, 다른 친구에게 뒤처질까 걱정하며 피아노학원을 등록한 게 엊그제 같은데 ‘감회가 새롭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싶었다.
예전엔 내가 가르쳐주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내가 그 아이에게 배우고 있다. 이렇게 서로의 자리를 바꿔가며 함께 성장해 가는구나.
앞으로 딸에게 피아노를 배우는 시간들이 기대된다.
살면서 이렇게 딸이 나보다 훌쩍 커버릴 순간들이 많겠지.
그 순간들을 함께 배우고 성장하며 지켜본다는 것, 부모로서의 또다른 행복을 느꼈다.
오늘도 딸 덕분에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