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딸과 함께한, 여름밤의 러닝

씻기 싫어하는 아이가 스스로 씻게 하는 방법

by 글꽃J

퇴근 후, 저녁은 돼지갈비로 외식하고 집에 들어왔다.

두툼해진 뱃살을 보며 운동을 하고 있는 중이라, 왠지 모르게 단짠 음식을 과식한게 마음에 걸리던 터였다.

“딸~ 씻어야지~” 했더니 오늘 안씻고 자고 싶단다.


시간은 이미 저녁 9시 반이 지나고 있었다.

아이의 평소 취침 시간이 밤 10시 전후인 걸 생각하면 어서 씻고 자야 할 시간이었다.

순간, 아이에게 땀을 내게 하면 찝찝해서라도 씻고 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 엄마랑 밖에 가서 뛰고 올래? 땀 흘리면 저절로 씻고 싶을거야!”

“정말? 좋아!” 딸의 반응은 예상외로 적극적이었다.

운동을 위한 옷을 갈아입고는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동네를 운동하는 것보다 버스를 타고 두 정거장이면 도착하는 하천 옆을 뛰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하천 옆 산책길에는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인 듯, 지나가는 사람 뒤로 또 다른 사람들이 스쳐가곤 했다.

함께 가벼운 준비운동을 하고 뛰기 시작했다.

헛둘헛둘~

여름이 지나가나 싶었는데, 불을 끈 후에도 뚜껑이 닫혀 있는 찜기 속처럼 열기가 가득했다.

200미터나 지났을까, 딸은 걷기 시작했다.

엄마랑 같이 운동하자며 뛰기를 멈추지 않는 내 앞을 요리조리 막아서며 힘들다고 걷자고 했다.

겨우 100미터 정도를 더 뛰다가 아이의 방해에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그래~ 오늘은 걷자!”


분수 앞에서 사진도 찍고, 책장이 그려진 벽화 앞에서는 책을 꺼내는 흉내도 내본다.

하천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건널 수 있게 만들어진 돌로 된 징검다리를 건너기도 한다.

아이는 이제 운동에는 완전 관심이 없어졌다.

완연한 산책 모드.

아이와 나는 그렇게 손을 잡고 걷는다.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

집 주차장에 다가오자 아이는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집에 가까워오자 어디서 힘이 났는지 뛰다가 멈춰서서 나를 기다렸다.

엉덩이를 톡 쳐주면 다시 저만큼 뛰어가다 멈춘다.

몇 번을 그렇게 반복하니 아이의 이마에서는 땀이 한가득이 되고, 가쁜 숨을 몰아쉰다.

집에 다와서 운동을 몰아서 하네~

그 모습이 웃기고 귀여워 한바탕 함께 웃어본다.

러닝이 아니면 어떠랴.

너와 웃으며 보낸 이 밤의 온도가, 공기가, 풍경이 오래 머리에 남을 것 같다.

티셔츠가 땀으로 등에 달라붙은 채, 집에 들어오자마자 씻으러 다다다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에 나도 얼른 뒤따라간다.

기분좋게 샤워시키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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