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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릭 Aug 08. 2016

유치한 사랑의 노래 (10)

우리가 못 만났으면.


- 날 못 만났으면 어땠을까?
- 또 시작이군....


- 어땠을 거 같냐구?
- 어땠을 거 같은데?


- 아무렇지 않게 잘 살았을 거 같은데.
- 잘 알면서.


- 그래.... 잘 먹고 잘 살았을 거야.
- 뭐, 삶이란 게 대충 비슷비슷하니까.


- 게다가 혼자서도 잘 놀잖아...
- 역시 그랬겠지?


- 좋겠다. 나 같은 거 없어도 재밌어서.
- 너 만큼 재밌는 건 흔치 않아.


- 흥이네!
- 잘 못 살길 바랬구나? 너무 이기적인데?


- 몰라.
- 삐졌구나? 어이구.... 우리 아가씨, 삐졌네, 삐졌어.


- 모른다구!
- 도대체 뭘 듣길 바란 거야? 거짓말 못하는 거 잘 알면서.


- 잘나서 좋겠다. 이 나쁜 놈아!
- 근데 말이야.... 확실한 건 하나 있지.


- 있건 말건!
- 아마 한 가지는 몰랐을 거야.


- 알든 모르던!
- 그동안 내 인생이 얼마나 무미건조한 것들로 가득 차 있었는지 말이야. 그것들이 얼마나 지루하고 따분하고 쓸데없고 보잘 것 없었는지 널 만나지 못했다면 난 절대 알지 못했을 거야. 


- 내가 무슨 상관이야....
- 내 심장은 얼마나 빨리 뛸 수 있는지, 이 두 눈은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이란 것들이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를 모른 채 난 생을 마감했을 거야. 그건 너무 끔찍하잖아!


- 그... 그래서 뭐....
- 어! 성내다 웃으면 뭐 난다던데.


- 누가 웃는다고 그래!
- 누가 뭐래? 안 웃으면 안 웃은 거지. 근데 넌?


- 난 뭐?
- 넌 날 못 만났으면 어땠겠냐고?


- .... 몰라!
- 모르다니?


- 못 만났을 리가 없으니까.
- 그런 게 어딨어? 말해!


- 불가능한 걸 어떻게 말해!
- 이건 불공평해! 말하라니까.


- 그건 불가능하다니까!
- 이 나쁜 여자!


- 뭐? 그래서 내가 싫어?
- 아니, 좋아. 너무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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