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당신의 말은 때때로 오해된다.
사실은 감정으로 전이되고
배려는 이기심으로 왜곡되고
관심은 참견과 구분되지 않는다.
들을 준비가 되지 않은 자에게
당신의 말은 단지 소음일 뿐이다.
어쩌면 당신도 이미 깨달았듯이
오해는 오래전부터 예견되었다.
그땐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말들과
설마라며 애써 외면했던 진실들을
어색함을 두려워한 자기 합리가
지금껏 상황을 미뤄둔 것이다.
당신은 지금 한없이 참담하다.
인내심이 되래 사소한 분노를 부르고
옹색해진 진심은 어디론가 달아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마저 배반당했다.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프고도 모자라
관계된 모든 것들이 부질없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들을 준비가 되지 않은 자에게
이야기를 건넨 당신은 과연 정당한가.
준비되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하는 그 말.
행여 준비되지 않았음을 몰랐다는 것이
당신의 입장을 우월하게 만드는가.
말들은 동굴 속의 메아리와 같다.
의도와 상관없이 퍼지는 그 울림들이
당신이 전하려는 의미를 대신하고,
당신의 믿음이나 판단, 결정은
그저 울림들 속의 작은 반향일 뿐이다.
여기에 우리의 수많은 비극들이 있다.
우월함으로 나누려는 어리석음과
억지스런 공평함이 주는 무질서 사이,
스스로에 대한 무모한 믿음과
시선들로 불안해하는 구차함 사이.
위태롭게 떠돌던 말들에 삼켜져
당신은 점점 수렁 속으로 빠져든다.
그러나 비극의 주인공이 되긴 이르다.
한껏 북받쳐 오르는 그 슬픔은
마지막에 늘 당신이 꺼내던 카드였다.
자신에 대한 기만이자 변명과 위로.
이번엔 반대로 ‘당신’이란 단어 대신
‘그 사람’을 넣어 생각할 차례이다.
당신은 가끔 메아리 자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