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향기
빛깔을 잃어버리고 푸석해진 하늘이
지쳐 엎드려 누운 하루를 밀어내고
어느새 찰 듯 말 듯 뽀얀 달이 떠올라
떠나려는 하루를 조용히 배웅할 때 쯤
몽유병 환자처럼 늘어선 빌딩 사이로
찬바람에 딱딱해진 보도블록을 지나
거리에 빼곡한 얼굴들 틈을 뚜벅뚜벅
이리저리 길을 헤쳐 어느 모퉁이를 돌면
어디선가 익숙한 향기에 심장이 먼저 뛰고
급한 마음에 난 고개를 들어 길 끝을 찾아
저 멀리 두리번거리는 그리운 당신에게로
난 거리를 가득 채운 향기를 마시며 달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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