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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릭 Jul 31. 2016

유치한 사랑의 노래 (5)

함께 거리를


- 넌 좋겠네.
- 왜?


한참 싱글벙글 이야기를 쏟아내던 남자에게 불쑥 여자가 묻자, 영문을 모른 남자가 되물었다. 
 
- 나처럼 어린 여자 친구가 있어서.

여자는 남은 조각 케익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 .....


여자의 대답에 남자는 가만히 여자를 바라보더니 말없이 남은 커피를 마셨다. 여자는 살짝 콧바람을 불어내며 중얼거렸다.  


- 그러고 보면 참 도둑놈이야. 어떻게 날 좋아할 수가 있었지.
- 뭐라는 거야....


남자의 어이없다는 표정을 바라보며 여자가 재밌다는 듯이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 이봐라. 복에 겨운 줄도 모르고 거만한 표정 짓는 거!


남자는 잔을 들어 남은 커피를 모두 마시더니 시큰둥하게 여자에게 말했다. 


- 그건 너보다 어린 여자를 좋아해도 할 말 없다는 거네.
- 뭐야! 그게 할 소리야. 나처럼 이쁘고 착한 사람이 어디 있는 줄 알아!


생각지 못한 대답에 여자가 남자를 다그쳤다. 동그래진 여자의 눈동자가 잔뜩 힘이 들어간 목소리와 함께 떨리고 있었다. 


- 그렇지. 난 없을 줄 알았는데 있더라고.
- .....


자신의 말끝에 곧바로 들려온 대답에 여자는 잠시 할 말을 잊었다. 머쓱해진 그녀의 눈동자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커진 눈 사이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 난 사실을 사실대로 말한 거뿐이야.


여전히 시큰둥한 얼굴로 남자가 창밖을 보며 말했다. 여자도 창밖을 보며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되물었다.


- 피..... 재미없어. 이제 뭐할 거야?
-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랑 우선 좀 걷고 싶네.


남자가 의자에서 일어나며 팔꿈치를 들어보이자, 여자가 피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남자의 환한 미소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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