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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연극_도어 넥스트 헤븐 [공연]

반복된 실수와 끝없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

by 글쟁이

천국을 향해 끝없이 손을 뻗는 지옥의 모습


도어 넥스트 헤븐, 문을 중심으로 양 옆에 천국과 지옥이 놓인 그림을 상상하게 된다. 지옥에 갇힌 이들은 천국을 향해 최선을 다해 달려가고, 천국에 있는 이들은 마치 그들을 놀리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그들은 끝없이 좌절한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인간의 반복된 실수, 무엇인가를 향한 욕망을 너무도 잘 보여주는 연극, 도어 넥스트 헤븐이다.


도어넥스트헤븐_포스터.jpg


아티스트를 꿈꾸며 ‘도어 넥스트 헤븐’이라는 라이브 바를 운영하는 젊은 사장과 직원으로 보이는 청년. 이 둘 사이의 대화로 극은 진행된다. 젊은 사장과 청년은 서로를 너무나 필요로 한다. 젊은 사장은 아티스트를 꿈꾸며 살아가지만, 본인이 가진 음악적 능력에 대해 불신한다. 반면 청년은 천부적으로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인물로, 사장에게 본인이 쓴 곡을 준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기가 쓴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젊은사장_김낙연 배우 프로필.jpg
청년_임태섭 배우 프로필.jpg


어느 날, 라이브 바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온다. 전화 내용은 이러하다. 한 에이전시 대표가 우연히 라이브바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청년의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된다. 그런데 그 노래가 유난히 인상 깊었고, 계약을 원한다. 이 전화 이후 젊은 사장과 청년의 갈등은 깊어진다. ‘성공’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인간은 내면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던 욕망과 욕심이 드러난다. 젊은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젊은 사장은 청년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권유하지만, 청년의 곡을 자신에게 주었으면 하는 욕망을 숨기지 못한다. ‘성공’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갈등 속에서 하나의 질문이 등장한다. ‘젊은 사장은 청년을 왜 데리고 있으며, 청년은 왜 계속 젊은 사장 옆에 남아있는가?’ 이 질문에 젊은 사장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너를 돌봐주고 있다고 생각해.” 나는 이 말을 듣자마자 ‘누가 봐도 거짓말이야.’라는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그때 청년은 젊은 사장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듯 이런 말을 던진다. “제 곡을 원해서가 아니고요?” 젊은 사장은 자신의 속마음을 들킨 듯 그에게 역정을 내고, 그에게 반대로 질문한다. “넌 왜 여기 있는 거야?” 이 말에 청년은 머뭇거리며 ‘그냥’이라는 말로 넘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이 ‘그냥’이라는 말에 필자 본인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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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본인은 이 둘의 관계의 첫 시작을 떠올려봤다. 둘은 ‘필요’가 아닌 ‘애정’이라는 목적으로 함께 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친구의 관계, 연인의 관계처럼 어떤 물질적인 목표를 위해 만난 사이가 아닌 그저 서로가 좋기 때문에 ‘함께’를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성공’이라는 목표가 생기며, 그 둘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리고 결국 관계의 목적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사랑’인지 ‘필요’인지를 말이다.

극이 주는 메시지를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성공’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사랑’, ‘우정’과 같이 ‘그냥’이라는 이유로 맺어진 관계의 흔들림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아무리 좋은 관계라도 욕심으로 인해 한순간에 무너지는 인간 본성의 나약함은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어 버린다. 필자는 극을 보면서 혹시 내 성공을 향한 욕망으로 인해 소홀해지거나 흔들리고 있는 관계가 있는지를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끊임없이 의심할 필요성을 느꼈다. ‘욕심’이 ‘이성’을 무너뜨리고 있는지를 말이다.


#아트인사이트 #artinsight #문화는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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