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먹고 자라나는 괴물
불안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지옥의 무저갱에서 시뻘건 억겁의 염화에 영원히 불타고 있는 악마 A에게는 이런 것이었다.
"빌어먹을. 인간의 드넓은 마음 대지에 이유 없이 뿌려지는 사소한 걱정을 먹고 자라나는 괴물새끼들이지."
분노에 차 짓씹어 말하는 그의 옆에서 악마 B가 반문한다.
"그 괴물새끼가 너잖아? 나이기도 하고. 낄낄."
"나는 너 같은 괴물이 아냐."
악마 A는 짐짓 근엄하게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 그러자 낄낄대던 악마 B도 갑자기 정색을 하며 마치 악마 A의 뒤통수를 정신적으로 때리는 어조로 강하게 말했다.
"아냐. 너는 아직 자기 객관화가 덜 됐어. 잘 생각해 봐. 너도, 그리고 나도 괴물일 뿐이야. 넌 사실 '사소한 걱정'을 먹어치우지 않고서는 살 수 없잖아?"
악마 A의 개똥철학에 따르면, '사소한 걱정'은 사람의 마음에 이유 없이 뿌려진다. 그 발원지도, 이유도 불분명한 '걱정'은 작디작은 미풍만 있어도 건조한 날의 들불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그렇게 번져가다 보면 어디에선가 '불안'이 하나 둘 등장한다. '불안'은 이 '걱정'을 포식하며 몸집을 키워나간다. 그렇게 거대화된 '불안'은 사람의 마음 대지를 장악하여 그 주인의 정신을 마구 헤집어놓는다. 이 개똥철학에서 '불안'의 근원도 '걱정'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규명되진 않았지만, 주로 '걱정'이 '비이성과 비합리'라는 고리에 묶여 서로 자가포식을 하여 자연발생한다는 게 정설이다. 다시 말해, '걱정'을 먹는 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걱정'이고, 서로를 포식하여 '불안'이 된다는 것이다.
악마 B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고자 하는 듯 마음 대지에 흩뿌려진 '걱정' 몇 개를 집어와 악마 A에게 건네었다. 악마 A는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나 역시 걱정을 먹고 이만큼 덩치가 커졌지만, 더 이상 나 스스로를 잠식하는 괴물이 되지 않기로 했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이걸 먹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악마 A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말을 이어나갔다.
"먹지 않는다는 게 아니야. 우린 걱정으로부터 만들어진 불안이니 먹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 다만 걱정과 불안은 나 자신이야. 나는 나에게 잡아먹히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악마 A의 개똥철학 2에 따르면, 걱정과 불안은 나 자신이다. 나를 구성하는 것은 불안과 걱정이고, 거기에 잠식되면 나를 잃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를 구성하는 요소인 걱정과 불안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걱정과 불안으로 이루어진 나를 인정하고, 그것에 잠식되지 않겠다는 것'이 개똥철학 2의 주제이다. 그의 주장에 따라 걱정과 불안은 내면에 상존하지만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에 잠식되는 것은 이 걱정과 불안을 제어하지 못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사람의 마음 대지에 걱정과 불안이 단 한 톨도 뿌려지지 않은 나대지의 상태는 존재할 수 없다. 다만 비이성과 비합리로 이어진 걱정과 불안의 자가포식 고리를 끊는다면 그에 잠식되지 않을 수 있다. 악마 A처럼 눈을 지그시 감고, 스스로에게 잠식되지 않도록 비이성과 비합리의 고리를 끊어보자. 충분히 자연스러운 것이고,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