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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 Sep 18. 2024

비쌀수록 예약이 어려운 캠핑장?

가성비보단 가심비


코로나 이후로 캠핑인구가 늘어난 만큼 전국의 캠핑장의 수도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덕분에 주말 예약 경쟁이 좀 치열할 뿐, 평일 예약은 여유로운 편이다. 

그런데 평일 예약조차 하기 힘든 캠핑장들이 있다.

가격이 10만 원 이상이나 하는데도 말이다. 

6만 원도 비싸다고 투덜대는 캠퍼들이 이런 캠핑장에는 서슴지 않고 거금을 지불한다.

왜 그럴까?

내가 갔던 프리미엄 캠핑장은 평창에 있는 H캠핑장이었다.

주말 예약은 꿈도 꿀 수 없는 캠핑장이지만 우리는 일요일 캠퍼라 간신히 한 자리를 부여받을 수 있었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비싸야만 하고, 누구나 가보고 싶은 캠핑장이 되었을까?  




1. 다양한 특징을 가진 사이트와 훌륭한 자연환경


우리 사이트는 편의 시설과 매우 가까운 넓은 잔디를 바라보는 데크 사이트였다.

편의 시설이 가깝다는 장점이 있지만 많은 캠퍼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이라는 단점이 있는 사이트였다.

우리는 명품 캠핑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캠핑장 구성이 궁금해 한 바퀴 둘러보았다.

이곳은 숲 속존, 계곡존, 잔디존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같은 숲 속존이라도 노키즈, 노펫인 곳이 있고 아닌 곳이 있었다.

숲 속존의 수종은 키다리 잣나무들이 대부분이라 인기가 많은 것 같았다.

늘씬한 잣나무 사이사이로 보이는 텐트들이 화보처럼 아름답다.

잔디 사이트는 여름엔 죽음의 사이트겠지만 

봄가을엔 가벼운 공놀이와 비눗방울 놀이를 하며 아이들과 뛰노는 아빠들의 정겨운 모습을 볼 수 있는

평화로운 사이트들이다.  

또 강원도 평창답게 시원한 계곡을 품고 있고, 계곡을 따라 크고 작은 사이트들이 불규칙적으로 배치되어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사랑하는 캠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작은 피아노가 눈에 띄는 아기자기한 산책길도 운치 있고 자잘한 감성이 흘러넘친다.

이렇게 다양한 사이트 구성과 국립 휴양림 못지않은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비싼 이용료가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다. 




2. 호텔급 편의 시설


마지막으로 편의동. 호텔급 시설이라는 소문을 들어 대강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편의 시설이었다.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전자레인지는 기본이고, 

자꾸 설거지하고 싶고, 자꾸 샤워하고 싶게 만드는 

행복한 느낌을 갖게 하는 시설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청소하는 직원이 상주하여 수시로 청소를 하고 있다는 것인데

신기한 건 직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 좋고 깨끗한 시설을 지켜내겠다는 일념으로 

스스로 뒷정리를 깔끔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싱크대 주변에 튄 물기 정리와 싱크볼 청소까지.

깨끗하면 깨끗하게 쓰려고 하고, 더러우면 대충 막 사용하게 되는 게 인간의 심리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그리고 직원분들의 친절함도 캠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같다.

오며 가며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직원분들.

사람들이 호텔을 좋아하는 이유는 비싼 대신 나의 생리현상을 기분 좋게 해결할 수 있는 시설들 때문이다.

근데 이런 프리미엄 캠핑장들은 그런 소비자의 니즈를 잘 파악한 것 같다.

소비자의 니즈를 잘 파악했더니 경쟁업체와 차별화되어 넘사벽 캠핑장이 된 것이다. 

혹자는 이게 무슨 캠핑이냐고 호통치겠지만

자연을 즐기는데 꼭 편의 시설까지 불편할 필요가 있을까?

자연을 즐기는데 편의 시설까지 좋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안전하고 쾌적한 시설 덕분에 사람들은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이런 프리미엄 캠핑장을 찾는다.




3. 노는 물이 다르다


게다가 물이 좋다고 해야 하나?

이런 캠핑장에 오는 캠퍼들은 매너도 좋다.

매너 시간을 지키며 술 먹고 고성방가 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애쓰며 각자의 시간을 멋지게 즐기고 떠난다.

그리고 하이앤드급 캠핑 장비를 갖춘 캠퍼들이 유독 많다.

덕분에 비싼 텐트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내 캠핑 사진의 배경이 되어 주어 고맙기까지 하다. 

비싸고 좋은 옷을 아무 데서나 입지 않듯이 멋진 장비를 좀 더 멋진 곳에서 피칭하고 싶은 욕망,

그 욕망이 비싼 캠핑장 비용임에도 서슴지 않고 지갑을 열게 만든 건 아닐까?

캠핑을 하면서 느끼는 건데 장비가 좋을수록 수준 높은 캠퍼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고급 장비는 어느 정도 캠핑을 한 사람들이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큰돈을 투자한 만큼 캠핑에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열정을 함께 즐기고픈 욕구가 캠퍼들을 특정 캠핑장에 모이게 만드는 것 같았다.




4. 디테일의 차이


쪽박집과 대박집의 차이는 어쩌면 크지 않을 수 있다.

크게 보면 비슷해 보여도 대박집은 디테일을 살려 작지만 유니크한 변화를 추구한 집들이다.

MZ세대들의 젊은 감성을 곳곳에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고, 그 감성을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짧아도 감성 넘치는 산책길을 만드는 것,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사이트 팻말, 

쓰레기장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멋지게 디자인된 분리수거장, 

수전 하나, 헤어드라이기 하나에도 허투루 쓰인 게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캠핑장.

인포메이션과 매점의 고급스럽고 트렌디한 인테리어, 

평소에 구하기 힘든 술이나 음료도 비치되어 있고, 술안주나 간식들의 남다름이 캠퍼들을 끌어모은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도 어리석지만 반대로 숲만 보고 나무를 보지 못하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뭐든지 크게 보되 그 안을 세세하게 살펴야 한다는 건 우리 삶 전체를 관통하는 진리다. 

감정도 기쁘다, 예쁘다, 맛있다로 뭉뚱그려 얘기하면 무슨 감동이 있겠는가!

기쁨도, 예쁨도, 맛도 세세하게 표현해야 맛이다.

이렇게 작은 차이까지가 캠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들이다.

그래서 가심비를 만족시킨 이런 캠핑장에 가기 위해 지갑을 열고 예약 전쟁까지 치르는 것이다. 



5. 가성비보다 가심비


가성비는 매우 합리적인 소비에 가까워서 소비자들을 기쁘게 한다. 

반면에 가심비는 합리적이라 할 순 없지만 소비자들의 취향에 따라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 

가격이 싼데 마음에 들면 가성비가 너무 좋다며 엄지 척을 할 것이고,

가격은 좀 사악하지만 내 마음을 무척 흡족하게 해 준다면 가심비가 좋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가치들이 총집합되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캠핑장.

이것이 비싸도 예약이 어려운 캠핑장이 될 수밖에 없는 숨은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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