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 목차 정하기

작가님! 작가님! 작가님!

by 글지마



내가 독자였을 땐 책을 "표지> 목차> 본문" 순서로 훑어봤지만, 막상 책 만드는 입장이 되니 딱 그 반대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책 표지 고민은 무슨! 일단 안에 채울 내용이 있어야지."


그런 생각에 아무래도 원고 쓰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됐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렇게 1. 원고 작성을 마치고 나면* 어딘가 2% 모자란 책이 내 앞에 놓인다. 비유하자면 표지를 뜯어내서 하얀 속살만 보이는 고등학생 문제집을 보는 기분이랄까.


이젠 책을 책답게 만드는 과정이 남아있다.




* 그렇다고 원고를 100% 마친 것도 아니지만. 내 욕심이 큰 건지 원고는 그야말로 인쇄소에 들어가는 직전까지 고치는 것 같다.








2-1. 목차 정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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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돈 주고 이 책을 샀다면, 이 파트가 재미있을까?


돈을 냈다고 해서 책에 대해 왈가왈부 감 놔라 배 놔라, 할 권리는 없지만 그래도 그들이 치른 값만큼은 책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100% 독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나는 최소한 "유용성/재미/신선함" 중에 한 가지는 포함한 이야기를 목차에 넣으려 했다.


"이건 꼭 넣어야 해! "라고 느껴 본문에 넣었지만 제삼자 입장에선 이건 무슨 재미도 없고 얻은 정보도 없는 헛소리인가 싶을 수 있다**. 때문에 제 나름의 약속을 세운 후 글이 엉뚱한 데로 튀지 않게 방향을 잘 정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며, 길을 벗어나는 녀석은 과감히 파트에서 삭제하는 것을 추천한다.





** 아무리 그래도 "이건 진짜 넣고 싶어. 사람들이 이건 뭐지 싶어도 넣고 싶어!"라고 느끼신다면 그냥 넣으십시오 :-) 내가 그토록 넣고 싶은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겠죠. 그 정도는 눈치 보지 마세요! 그게 독립출판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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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초기의 목차, (우) 완성된 목차



내 경우에는 초기에 저장해둔 목차와 후에 완성된 목차는 느낌이 무척 다르다. 일단 144페이지를 예상했던 본문이 288페이지가 된 바람에 칸에 넣은 글씨도 작아졌으며, 큰 파트가 세분화되었다. 또한 사람들이 책을 고를 때 목차를 참고한다는 점에서 '좀 더 와 닿는 문장은 없을까'하고 고민도 많이 했었다.









2-2. 책 제목은 뭔가 틀에 박히지 않은데 인류의 공통적인 감성을 가진 그런 거로 하고 싶은데 떠오르는 게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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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라니. 누군가 띡, 하고 이게 좋을 것 같다면 던져줬으면 좋겠다. 내 책을 대표해서 표지에 찍힐 문장 혹은 단어로 뻔한 녀석을 싫었다. 신박한 것이 좋은데 그렇다고 손이 안 가도록 특이한 것은 원하지 않았다. 이왕이면 사람들이 갖는 공통된 감성은 담으면서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확고하게 전달하는 그런 제목, 은 어떻게 나오는 거냐.


끝나지 않는 브레인스토밍 과정 중에 "나도 그냥 긴 제목을 써볼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책을 내려고 했던 작년 겨울 당시, 독립출판물은 책 이름을 길게 짓는 것이 나름의 유행이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은 따로 있듯이, 나는 내 책이 주는 이미지에 맞는 이름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전하고픈 메시지;

미국에서 타지인으로 살았던, 꼭 행복하지만은 않은 10개월의 이야기. 이 책을 읽는 당신들은 고생하지 말라는 메시지.




표지의 느낌과 색감;

분홍색과 초록색이 깨져서 섞인 표지.







키워드를 잡고 책을 구성하는 요소에 통일성을 부여했다. 그래야 책이 부산스러워 보이지 않겠지, 싶었다. 내 책이 딴 소리 안 하게 나 자신을 끊임없이 끝까지 감시하는 것, 그게 참 어렵다.










3.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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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참 당연하지 않은데, 책을 냈다고 하니 사람들은 당연히 나를 '작가님!'이라고 불렀다. 초반에는 무척 당혹스러웠지만 나중 되니 이게 또 익숙해지면서 은근히 기분이 좋더라. 그리고 이름을 이리 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 글지마는 어떤 특별한 뜻이 있나요?



가끔 사람들이 묻곤 했다. 내 친구들은 '그러지 마'냐고 물었고 어떤 사람들은 본명에서 몇 글자 가져온 줄 알았다고 했다.


필명은 한 번 쓰고 30일 뒤에 바꿀 수 있는 닉네임이 아니었기에 지을 당시에 무척 신중했던 거 같다. 고등학생 때 소설 써보겠다고 인터넷에서 사용했던 것과, 책에 찍혀 나올 '000 작가'는 말의 무게가 달랐으니까.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한 번도 당신이 쓴 책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작가 Ray Bradbury의 한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


"You Fail Only If You Stop Writing."
오직 글쓰기를 멈췄을 때만이, 당신이 실패한 순간이다***.



한 개인의 필명으로 쓰기엔 너무 길기 때문에 내 나름대로 이 문구를 줄여보았다. '글쓰기를 멈추지 말라'라고 스스로 되새기고 남들도 내 의지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내 작가 이름은 '글지마'가 되었다.



"The first Draft of anything is SHIT"
뭐든 처음은 다 쓰레기다***.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성격****에 맞춰 번역하자면 이런 느낌일까. 그는 <노인과 바다>를 출판하기까지 무려 400번이나 고쳤다고 한다. 하지만 고치려면 일단 글이 있어야 하고, 일단 써야 한다. 오직 글쓰기를 멈췄을 때만 작가로서 실패한다는 말은 뼈가 저리도록 사실이다.





*** 개인의 의역입니다.

**** 그의 작가로서의 삶을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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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멈추지 마; 글지마
세상에 없는 소설을 쓰고, 화가 모네를 닮은 그림을 그리고자 합니다.
언젠가는 글로 밥 벌어먹고 살겠죠.



작가 소개에 쓸 간단한 말까지 정해놓으니 마음이 후련했다. 이 세 줄에 내 인생과 좌우명과 앞으로의 미래를 담을 수 있다는 사실에 믿기지 않도록 놀라웠다. 책날개에 새겨질 '글지마'라는 필명과 작가 소개를 상상하니 가슴 어딘가 반짝거렸다.


할 일이 태산이지만 어쨌든 오늘도 한 고비를 넘겼다.











아, 사실 인디자인 편집하는 법을 올리려다가, 편집 중에 사진 40장이 날아가서 멘붕이 왔습니다. 오늘은 글이 좀 짧지만 내일 글은 아주 머리 아프도록 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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