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책은 이렇게 홀로 만들어집니다
by 글지마 Sep 04. 2018

너는 카페에서 작업하고 좋겠다

좋아 보이냣? 나는 네 월급이 부럽다


(2018년 9월 7일 10시 57분 수정)










   사실상 프리랜서가 되면서 친구들에게 종종 듣는 말이 있다.




요즘에는 뭐해? 글 쓰면서 쉬고 있어?
나도 너처럼 카페에서 작업하고 싶다.
해 떴을 때 밖에 나가본 지 오래야.



뭐지? 대결 신청인가? 새로운 방식의 선전포고인가 싶어 순간 굳고 만다. 회사원인 친구들에게 프리랜서의 일상이란 보송보송 산뜻함 가득한 로망인가 보다.




이게 부럽니. 나는 너희 월급이 부럽다.




차마 그리 말하진 못하고 하하, 웃음으로 넘긴다. 프리랜서가 느끼는 나름의 고충이 직장인의 스트레스보단 낫다 단정 짓는 이에게 내 이야기는 소 귀에 경 읽기와 마찬가지니. (뭐 친구들을 디스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젠 나 스스로 이런 이야기에 반론하기 지겨워졌달까. 다수에서 떨어져 나온 소수의 설움은 소수끼리 풀면 되니까.)



프리랜서의 삶이란 겉으로 보았을 땐 자유롭지만 그만큼 불안하다. 정기적인 수입이 없기에 불안전하고, 4대 보험 혜택이나 어딘가에 속해 있단 소속감이 없으니 위태롭다. 이러니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오나 싶다.



나야 좋아하는 게 직업이나 이런 말 꺼내면 '너는 하고 있으니까 그렇지'라는 말이 나오겠지만 진정으로 말하길, 좋아하는 일보단 잘하는 일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확실하다. 뭐랄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잘하는 일'이란 흥미는 조금 떨어져도 주변에서 실력을 인정해주고 수입도 안정적일 테고, 정신적 압박이 조금 덜하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은 것을 업으로 삼는다면 어떻게 될까. 간단명료하게 말하자면, 내 열정 빼곤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열정 하나 전당 잡고, 체력과 시간과 주변 지인과의 즐거운 나들이, 정서적 안정감을 포기한 채 나를 비참하지 만들지 않을 수입, 인기, (혹은 명예)를 얻고자 끝나지 않을 마라톤을 하는 느낌이다.



일을 좋아하는 만큼 증오하게 된다. 그 일을 증오한다기 보단 못하는 나를 미워하게 된다. 실력이 출중한 예술가는 많고, 서점에는 하루에 수십 권씩 신간이 쏟아지니 나를 채찍질할 수밖에. 성과를 이뤘을 때의 기쁨만큼 고통의 시간을 인내해야 하며, 세상에서 홀로 떨어져 이 공간-주로 카페-에 갇힌 듯 복잡 미묘한 부유감을 감당해야 했다.








주제가 경로 이탈한 듯하지만, 그래도.

물론 얻은 것도 있다.



컴퓨터와 관련된 장비는 모두 얻었다. 캘리그래피를 하려니 기계가 필요해서 아주 싼 중국 제 태블릿을 구매했다. 다만 포토샵과 호환이 안 돼서 문제. (그럼 얘는 왜 필요한 거죠? 다음 목표는 아이패드!)



글을 하루 8시간 넘게 쓰려니 어깨가 아파 노트북 거치대를 구매했다. 열 식혀주는 팬fan 달린 걸로. 또 손목이 아파서 마우스용 손목 보호대를 샀다. 다만 그래도 아파서 키보드용 손목 보호대도 바로 주문했다.




*장비




말캉말캉하니 손목에 오는 충격을 완화시키던 보호대가 터져버려서(끈적한 젤이 흘러나오더라) 더 비싼 녀석으로 구매했다. 이번에는 왠지 막강해 보이니 오래갔으면 좋겠다.




물론 잃은 것도 있다. "건강을 잃었다"는 말이면 정리가 될까. 초반엔 손날만 아팠다. 손을 많이 써서 그러겠거니 했는데 그다음엔 손목까지 아팠다. 뭐, 그래도 타자는 칠만 해서 또 노트북을 두들기다 보니 나중엔 팔꿈치가 찌릿했다. (찌릿 정도면 귀엽지.)



오래 앉아 있으니 허리가 아팠다. 나름 프랭크-코어 운동-를 하며 허리를 곧추세우고 있음에도 4시간 내리 카페 의자에 앉아있으면 허리부터 꼬리뼈까지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



잘 걷지 않으니 만성 소화 불량을 달고 산다. 이는 사무직 종사자 분들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물론 오래 서 있는 직업은 하지 정맥류 등등의 위험이 있지만 오래 앉아 있는 것도 나름의 고통이 존재한다. (심지어 그날 부장님, 대표님과 점심을 먹었다면 속은 다 버렸다.)



승모근이 두 배로 커진 듯하다. 아니 이것은 잃은 게 아니라 얻은 건가?





또 잃은 것엔 뭐가 있을까.


직장이 끝나고 친구와 아무 생각 없이 걸치는 맥주. 일이 너무 고되다며 한 번쯤은 어깨 축 늘어뜨리고 집에 돌아와 엄마와 나누는 대화. 예상 수입을 계산하여 적금과 다음 달 생활비 가늠하기. 생각 없이 주말에 쉬기 등이 있을까.








이번에 <책은 이렇게 홀로 만들어집니다> 매거진-이란 어감은 아직도 어색하지만-에 글을 쓰면서 느꼈다.


'나 참 작년부터 카페 많이 다녔구나.'


직원 분들이 날 알아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어쨌든 이해가 됐다. 이런 사진만 올리니 좋아 보일 수밖에. 평화롭고 자유로워 보이는 사진들. (이래서 SNS가 사람을 망친다.)



하지만 그렇다고 힘들어서 비타민 먹는 모습, 새벽 3시까지 작업하느라 이산화탄소 가득한 방 안, 재채기만 해도 쏟아지는 코피 때문에 피에 젖은 티슈, 허리 아프다고 짜증 내는 표정 같은 것을 올리기엔 너무 관심 받고 싶어 하는 친구 같지 않겠나.



그러니 주변에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여러분들의 이해를 바라본다. 매일 컴퓨터 앞에서 사람과의 대화도 없이 기계만 두들기는 그들에겐, 카페에서 찍는 이런 사진 한 장이 일상의 탈출이라는 것을 :-)









이번 주말 토요일, 일요일에 아트북페어에 참여합니다 :-)




https://brunch.co.kr/@geuljima/129





* 또 최근 감사하게도 제 글을 구독해주고 계신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너무도 감사한 마음에 하나하나 다 댓글 달아드리고 싶지만 최근 마켓 준비로 너무 바빠진 탓에 브런치에 소홀했습니다. 응원 감사드려요! 이런 점은 고쳤으면 좋겠다는 조언도 감사드립니다. 다만 도를 지나친 이야기에는 답변을 못 드리겠네요.


**이런 관심이 순간일지 모르지만, 여러분들이 제 글에 많이 공감해주신 이유는 우리 모두가 책을 좋아하기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 얼굴도 모르는 작가가 쓴 글이지만 조금의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이 만나서 책 이야기해요! 독립 출판이 궁금하시다면 다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북페어는, 생각보다 주말을 투자한 가치가 있을지 몰라요 :-)













keyword
magazine 책은 이렇게 홀로 만들어집니다
소속 직업에세이스트
세상에 없을 이야기를 쓰고, 화가 모네를 닮은 그림 그리고자 합니다.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