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사. 텀블벅 후원을 시작하기까지.

샘플_포장_편집_목표_텀블벅

by 글지마




3월부터 4월.

38일간 너무도 많은 일을 했기에, 나 스스로도 정리가 되지 않는다. 이왕이면 멋지게 '이렇게 해서 이렇게 됐습니다'라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지만 그 짓을 하다간 내 머리가 터질 것 같으니, 어쩔 수 없이 시간 순으로 정리해봅니다.


여러분 계획은 철저히 충분한 시간에 맞춰서 짜봅시다. 내가 감당 못하는 일들이 악몽처럼 덮치지만 할 수밖에 없을 때, 그것은 일복福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멘탈이 터지는 소리일 겁니다.







1. 스티커, 트래블 택 샘플 뽑기
2. 포장지 구매
3. 샘플 이미지 편집
4. 목표 세우기
5. <미국 로망 깨기_교환학생 편> 텀블벅 후원 시작







1. 스티커, 트래블 택 샘플 뽑기





텀블벅을 시작하려면 샘플 이미지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먼저 그 샘플이 필요했다. 나는 내 프로젝트에 후원을 해준 감사한 분들을 위해 스티커와 엽서, 트래블 택을 드리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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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는 샘플로 8 종류를 다섯 장 씩 뽑아봤을 뿐, 몇 분이 엽서를 포함한 리워드를 선택해주실지 모르기에 일단 스티커부터 가득 뽑았다.


트래블 택 또한 내가 원하는 색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니 샘플로 추가 주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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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가 왔다. 이렇게 완벽할 수가 없다. 주문을 워낙 대량으로 했던지라 혹시 잘못되면 어떡하지, 배달이 오는 순간까지도 걱정을 했거늘. 딱 내가 원하는 대로 나와서 정말 다행이었다.


후에 포장할 때 이것들을 나하씩 넣을 생각을 하니, 조금 힘들 것 같았지만 뭐 어때. 그만큼 많은 분이 내 책을 찾아주셨다는 이야기이니 그것만으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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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자들이 보게 될 샘플 이미지를 편집하기 위해 일단 내 노트북에 스티커를 붙어 봤다. 딱 좋아.


트래블 택도 꼬아서 사진을 찍어보았지만 실물보다 안 예뻐서 얼마나 공들여 사진을 찍었는지 모른다. 조명 위치도 바꿔보고 이리저리 위치도 바꿔보았지만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아 조금 께름칙하긴 했다.





* 아래에 실제 내가 텀블벅에 사용했던 이미지를 덧붙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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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포장지 구매




책을 깔끔하게 싸고, 그 포장한 것을 배송할 생각을 하면 당연히 포장지가 필요하다. 포장지는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 대체로 책을 쌀 때 사용하는 'opp 봉투'와, 배송 보낼 때 필요한 '뽁뽁이 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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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봉투는 모두가 아는 입구가 끈적한 투명 봉투를 말한다. 일반 서점에서는 볼 수 없지만, 독립출판 서점에서는 대부분의 책이 이 봉투에 싸여있다. 사실 이 봉투에 책을 넣어 붙일 때마나 죄책감이 들었다.


"이 비닐 쓰레기들은 어쩔 거야."


내 책이 몇 천권이 팔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후원자 님 손에 고이 들어가 쓰레기 통에 버려질 봉투를 생각하니 환경오염이 무척이나 걱정되었다. (때문에 후에는 크래프트 지로 바꾸었는데, 이는 접착 부분이 없어 일일이 스티커로 고정하는 수작업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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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왼) 시온샵 / (우) 좋은 포장mall





뽁뽁이 봉투. 혹은 에어캡이라 불리는 것은 택배 상자에 넣을 정도로 크진 않지만 파손 위험이 있는 물건을 담을 때 아주 유용하다. 이게 존재하는 줄 몰랐을 때만 해도 '언제 우체국 가서 박스에 다 담지." 혹은 '저 포장용 비닐을 사서 어떻게 안에 뽁뽁이로 채워 넣지' 등등의 고민이 많았는데, 에어캡 봉투 덕분에 다 해결됐었다.








3. 샘플 이미지 편집





이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텀블벅은 '이미지'가 중요하다. 스크롤이 길다면 사람들은 글을 안 읽을 것이며, 그렇다면 이해가 쏙쏙 되는 이미지, 혹은 사람들의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사진이 한두 장씩은 꼭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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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샘플 이미지를 뽑을 때도 예쁘게 편집한 사진을 선별했다.


책을 만드는 도중에 이런 작업을 걸치면 좋은 것은, 덩달아 내 책의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나 홀로 좋아서 만든 책도 좋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질 것이며 책을 구매할 사람들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더 좋은 문장, 이미지를 만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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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때만큼 열심히 포토샵을 해본 적이 없다.)


물론 처음에는 힘들었다. 나는 글 쓰는 게 좋아서 책을 내려하는데, 디자이너가 솜씨를 발휘할 부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에겐 시간을 '소모'한다는 느낌으로 다가왔고 편집하는 시간을 줄일 수 없으니 글 쓰는 시간을 늘렸던 듯하다.


결국 피곤하지만 매번 수면 시간을 줄여 작업을 하고, 일궈둔 포트폴리오도 없는 프리랜서한테 휴일은 사치니 일주일 7일을 작업하다 보니 우울증에 시달렸던 듯하다. 아니 우울증은 시달렸다는 표현보단 마치 소리 소문 없이 내 등 뒤로 다가와 목을 치려고 24시간 벼르는 저승사자와 같은 느낌이다.




* 주제와 엇나간 이야기이지만, 최근에 팟캐스트를 하며 다른 독립출판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다들 비슷한 우울감을 느끼는 듯하다(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 몇 자 적어본다 :-). 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우울증은 제 삶에 열정이 많은 사람들이 걸리는 아이러니한 마음의 병 같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정도가 다를 뿐 제 삶에 짊어진 무게에 대한 부담감은 똑같았다.


비유가 조금 격할지 모르나, 마치 내 손을 깎아 작업을 해봐도 돈을 못 버니 이번엔 팔까지 깎아볼까 싶어 점점 자신을 갉아먹는 느낌이랄까.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그런 중압감은 내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어떤 엄벌처럼 느껴졌다. 누가 말했던가, 하늘은 자신이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련을 준다고. 이 말은 명언이 되면 안 된다. 그 당시 이딴 말을 내게 누군가 했다면 "지랄, 개나 주라고 해"라고 답했을 거다-시간과 일에 쫓기는 사람은 참 예민하다. 이해 바랍니다-. 그거야 이겨낸 사람의 영웅담일 뿐이다,라고 지금은 생각한다.)









4. 목표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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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사담이 너무 길어졌지만) 두근두근. 텀블벅 후원을 시작하기 일보 직전이다.


전 게시글에서 말했듯이, 나는 수정할 사항이 있어 두 번 프로젝트 승인 메일을 보냈었다. 내답은 (내 기억에) 삼일 안에 왔던 것 같다. 이런 점은 유의하라는 메일을 참고하여 수정 사항을 다 고치고 답장을 확인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된단다.


메일을 다시 확인해도 심장이 두근거려서 버튼을 몇십 분은 못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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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진정시키고자 일단 달력에 시작 날짜와 끝나는 날짜를 써두었다. (성공 못하면 다 말짱 도루묵이지만.) 지금이야 성공을 했으니 이 정도 반응이지만, 그때는 진짜 이 프로젝트에 내 목숨을 건 사원처럼 달려들었었다.


자신을 다독이고자 편지도 썼다. 내가 공모전에 소설을 응모할 때마다 하는 약간의 민간요법 같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저 다짐을 쓰고 두 번을 떨어지니,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아마 다짐을 편지 쓰는 행위 자체가 징크스가 됐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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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고 매일 의지를 불태우려 했지만, 의자 뒤 붙여둔 탓에 프로젝트 성공 하서야 발견했다. 그래도 내 다짐 부적이 징크스가 되지 않아 참 다행이다.








5. <미국 로망 깨기_교환학생 편> 텀블벅 후원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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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앙. 눌러버렸어!

버튼을 누르고 얼마나 방방 뛰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또 얼마 안 있어 인스타그램에 홍보하고 친한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며 블로그에 글을 쓰느라 그날도 깊은 새벽에야 잠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다다음 게시글에는 성공했다는 이야기로 내 38일 동안의 간절했던 시간은 정리가 되겠지만, 이때의 부담감과 잘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다짐, 힘들지만 많이 응원받아 버틸 수 있던 나날은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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