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팔. 북마켓 셀러의 마음가짐

여러분들을 만나고자 저는 책을 만들었는지도요,

by 글지마



( 글 쓰다가 졸았습니다. 나머지 글 수정은 내일(19일) 오전에 끝마치겠습니다. ) 2018091910:19AM 수정







책을 만들고 마켓에는 두 번 참여했다.

세상에 이렇게 책 만드는 사람이 많다니. 북페어는 있는 줄도 몰랐네. 이번이 '책의 해'라 그런가. 동네 책방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다양한 종류의 이벤트 덕분에 책 덕후는 금년이 즐겁다.


그렇게 이전까진 알지도 못했던 신세계를 발견한 내가, 이번엔 셀러로 마켓에 참여하게 되었다.






첫 번째. 휘파람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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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은 놀러 구경하러 돈 쓰러 가봤지, 셀러로 가본 적은 없으니 무척이나 준비가 안 돼있었다. 동네 공원에서 한다기에 무엇이든 모자라면 집에 다녀오지, 라는 참으로 안일한 생각으로 나는 당일 공원으로 향했다.


사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까 봐 들뜨는 마음을 진정시킨 것도 없지 않아 있다. 어쭙잖게 예상했다가 나를 빗나간 무관심에 금세 시무룩해질까 봐 나는 '그냥 손님 없으면 책이나 읽어야지'라는 애써 가벼운 마음으로 캐리어를 끌었다. (두 번째 마켓에서도 보니 모든 첫 참가자 분들이 긴장감에 나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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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렇게 커!"


학생들의 축구 교실로 사용하는 공원의 잔디밭은 드넓었고, 그 외곽을 통째로 두른 하얀 천막이 쨍쨍한 햇빛 아래 화사했다. 제 책을 소개하고픈 작가는 이리도 많거늘, 정작 봐줄 사람이 없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큼지막한 공간이었다.


참 다행히도 마켓 오픈 시간도 전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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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일행은 자리를 찾아 캐리어를 펼쳤다. 이미 옆 부스에는 바리바리 준비해온 물품들을 착착 펼쳐 정리하고 있었다. 우와. 나는 되도록 작게 친구에게 속삭였다.


"야, 다들 준비 많이 해오셨다."


다르게 말하자면 나만 초라했다. 다들 어디서 구해왔는지 나무로 된 멋진 책 거치대(나중에 알아보니 다 다이소 제품이더라)와 하늘하늘한 테이블 보, 판매 물품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꽃과 피규어에 돌멩이까지! 손님 없으면 책이나 읽어야겠다던 내 생각이 부끄러웠다.


'무슨 안일한 생각을 한 거야.'


번뜩 정신이 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면 안 되겠다, 그리 생각했다.


덕분에 사람들과 더욱 눈을 마주치고, 부끄럽지만 한 번이라도 더 말을 걸었다. 이렇게 예쁜 부스를 지나 내 공간을 찾아와서, 내 책에 관심을 가져주는 분들께 최선을 다해 보답하고자 노력했다.



'다음에는 열심히 준비해야지.'


하지만 아무래도 아쉬움은 남았다.









두 번째. 송도 북 어택(Book Attack)




내게는 두 번째 마켓인 송도 북어택을 저번 주에 다녀왔다.


이전에는 내 소홀했던 준비 탓에 후회가 많이 남았기에 이번에는 다른 이의 경험담까지 찾아보면 철저하게 짐을 챙겼다. 일단 다이소에 갔다. 생각해보니 살 게 한두 가지 아니었다.



스탠딩 양면 흑판, 고무나무볼정리스탠드, 레이스 커튼, 폴리길다란선인장장식, 블랙보드마카, 초강력아크릴폼양면테이프, 베이직목제집게 등등



흑판을 사려니 마카가 필요하고, 스탠드에 엽서를 걸자니 노끈과 집게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생각이 죽죽 뻗어나가니 거의 3만 원에 가까운 금액을 쓰고 말았다. 웬만하면 다이소에서 2만 원 넘게 사본 적이 없거늘, 이날 최대 기록이 갱신됐다. (그나마 다이소 물건은 피부에 닿는 것은 안 사자는 주의라서 줄이고 줄였는데 결국 바구니 한 가득 물건을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이거 값도 못 버는 거 아냐?"


다이소 물건 구매 가격에, 새로 뽑은 일러스트 단편선, 심지어 송도까지 가는 고통비를 생각하니 이거 빚지러 마켓 나가는 건 아닌가 스멀스멀 불안해졌다.






그런 불안감이 몰려들 때면 사람들은 자주, 습관적으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에이. 그래도 우리는 돈 벌려고 하는 거 아니잖아요.




저는 그 '우리'에 안 들어가는데요. 돈을 벌어야 다음 책을 쓴다. 글은 쓸 만큼 가난하지 않아야 다음을 생각할 수 있지 않나. 이쪽은 원래 돈 못 번다는 말로 지금의 상황을 위로하다, 결국 그 경제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꼭 이겨야 승리한다는 진리는 아니지만)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씁쓸하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결국 나를 위로하고자 꺼냈던 말이 원인이 되어 회사에 취직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며 나는 혼자 생각했다.


나는 절대 오늘의 일들을, 먼 훗날 회사에 들어가서 '그때가 내 인생에서 좋은 순간이긴 했지. 좋아하는 책도 내고. 돈 벌려고 한 건 아니었으니까.'라고 말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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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음도 캐리어도 꽉꽉 채워 인천 지하철에 올라탔다. 그렇게 인천 1호선을 많이 타면서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정차역을 향해 달렸다. 마켓 시작은 12시였고 셀러들 집합 시간은 11시였다.


가끔 문이 열릴 때마다 보이는 캐리어 끄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 때면 혹시라도 내 옆 부스에 자리 잡을 사람일까 싶어 괜히 눈여겨보기도 했다(반가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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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에 위치한 하늘 공원으로 향하는 중에도 계속 하늘을 확인하게 됐다. 주말 동안 비가 온다는 소식에 먹구름 가득한 하늘을 보는 내 마음까지 찌뿌둥했지만, 괜찮겠지 싶었다. 송도 아웃렛 곳곳에 배치된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니 넓게 공원처럼 조경된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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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에는 북어택 일러스트 현수막이 정말 큼지막하게 달려있었고, 길게 늘어진 테이블 중에서도 나와 내 친구는 에스칼레이터 바로 옆인 실내 가장 끝-구석-에 자리를 배치받았다.


사실 그 자리가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공연장과 딱 붙어있는 저-기 끝은 이동 인구수도 많겠다 푸릇푸릇한 잔디밭 때문이라도 행인의 발걸음을 잡을 듯했는데, 우리 옆에는 삐용삐용 시끄럽게 우는 어린이 장난감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누가 오겠어."


그 생각에 우리 부스 사람들은 축 처진 어깨로 자리를 지켰다. 햇빛이 들이치는 저 공간과 동떨어진 기분이었다. 심지어 우리 부스 세 배 만하게 테이블을 이어 붙인 00 문고 부스를 바라보며 왠지 모를 서러움 때문에 괜히 오기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일요일에 갑자기 쏟아진 폭우를 안전한 실내에서 바라보며, 어제 따져서 부스 이동 안 하길 잘했다며 마음을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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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송도 북어택 (우) 부평 휘파람 마켓





일단 테이블 보를 깔았다. 다이소는 왜 그리도 체크무늬를 좋아하는지 가장 무난한 갈색 배경의 보를 빳빳하게 늘리며 그 위에 차근차근 물건을 전시했다. 저번 마켓에서는 보기에는 깔끔하지만 손님이 책을 구경하기엔 불편한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손님들의 시야에 맞춰서 물건들을 배열했다.


"오오, 뭔가 괜찮아!"


조금 복잡해 보이는 것이 어수선했지만 저번보단 나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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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흑판-미국 월마트에서 사 온 미국 국기는 덤-까지 세우니 딱이었다. 실제로 이곳에 적힌 문구와 미국 국기를 보고 오신 분들이 많았다.


마켓에서는 주로 가격 부담이 적은 엽서와 굿즈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책을 조금 뒤쪽으로 뺐다. 작가 입장에서는 슬픈 일이지만 어쩔 수 없지(이래서 분업을 하나보다). 호기롭게 금요일에 막 뽑아온 일러스트 단편선을 가운데 배치했지만, 한 묶음도 나가지 않아서 얼마나 슬펐는지 모른다.




12시부터 마켓이 시작됐지만 어딘가 어수선했다. 북마켓을 열고자 공간을 대여한 것이 아니라, 대형 아웃렛에 툭 하고 끼어든 기분이었다. 다른 셀러들도 비슷한 감정인지 왠지 모르게 축 가라앉아 있었다. 책을 구경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 안 된 현장에서 아이들과 나들이 나온 부부의 눈길을 사로잡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냥 둘러보듯 무심한 눈길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괜히 섭섭했다. 어차피 손님도 없는 거 그냥 의자에나 앉아있자고 털썩 주저앉다가도 다시금 불안해져 괜히 행인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세상에 참 쉬운 거 하나 없다지만 아직도 무관심과 이유 없는 싸늘함엔 흠칫 놀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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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 놓이면 대게 마켓 셀러들에겐 두 가지 선택권이 놓인다.


1. 우리끼리 놀자.


2. 다른 부스 구경이나 가자.


이것은 곧, 물건을 사고 싶어도 주인장이 놀러 나가 없어지며 손님이 와도 우리끼리 떠들고 노느라 한눈파는 현장을 형성한다. 그리고 나는 1번과 2번을 동시에 선택했다. 옆에 계신 작가님께 내 부스를 맡기곤 틈틈이 짬 내서 다른 작가님들과 인사를 하고 다녔다. 덕분에 마켓을 한 바퀴 돈 내 손에는 명함이 쌓였고 내 발길에 대한 답변으로 셀러들이 내쪽으로 놀러 오기도 했다.


덕분에 알게 된 많은 좋은 작품의 작가 분들과 연도 쌓고 대화도 나누며 다음 작품에 대한 짧지만 강렬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P20180916_121801589_2B7843D1-713C-4D62-BE2E-41645F514AB8.png 에리카 팕 님의 부스





그래도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여러분들을 만났다는 것. 내 책에 관심을 갖고 미국에 흥미를 보이며 기꺼이 이쪽으로 다가와준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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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쾌히 책을 후원해준 친구들과 후원자 분들. 대학생 신분에 책이 비싸게 느껴진다며 긴 고민 끝에 등 돌린 손님. 딸이 스페인에서 유학 중이라며 30분 동안 나와 긴 대화를 나누시곤 책을 집어 든 50대의 아버님.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딸이 떠오른다며 묘한 표정으로 부스를 떠난 어머님. 아무 말 없이 가판대를 손으로 훑다 돌연 책 한 권 달라고 말해준 20대 여성, 13살의 딸이 미국 교환학생이 멋지다는 말을 연신 내뱉자 결국 책을 구매하신 어머님, 엽서를 사간 많은 손님들.


결국 당신들을 만나고자, 그럼에도 다 전하지 못한 말을 책으로 전하고자 글을 써왔을지 모른다는 가슴 따뜻한 확신이 들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보고 싶다.

내 책을, 그 책을 읽은 당신을.

당신과 마주한 나를.












이렇게 매거진 <책은 이렇게 홀로 만들어집니다>는 당분간 끝이 납니다. 제 노트에 적혀있던 아이디어가 책이란 형체를 갖고 처음으로 여러분들을 만났으니, 이제는 두 번째 기회를 찾으러 가야지요-사실 이미 쓰고 있지만 말입니다-.


열심히 글을 올렸던 <한국을 떠돌아요> 매거진 다음으로 <책은...> 매거진으로 여러분들을 찾아뵀던 것처럼, 다음은 <말만 말고 이번엔 미국>이 되겠네요.


<책은...> 매거진은 언제든 불쑥 찾아오겠습니다. 저는 (언제까지 일지 모르겠으나 향후 5년 안에는) 계속 글을 쓰고 책을 만들 거니까요. 그럼 내일 새로운 매거진으로 찾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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