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을지로 3가를 갔다.
책을 만들었던 충무로 근처
요즘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 많이 찾는다는 을지로
맛있게 밥을 먹고 나왔다.
보드라운 구름 파스타도 좋았고
맵고 달달한 떡볶이도 좋았다.
기분 좋은 상태에서 카페로 이동하는 중이었는데
그저 좁은 상가 사이로 난 좁은 골목길이었는데
비틀거리는 척
노인이
(-나의 친애하는 분노를 삼켜
인내하며 이리 지칭한다-)
제 몸뚱이에 팔을 바싹 붙이곤
나를 스쳤다.
가히 의도적으로
치마 입은 엉덩이만
심지어 내 친구도
그대로 멈춰섰다.
괘씸하게도 노인은 추행한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려 뒤돌아봤다.
“왜 스치고 그러세요.”
대답이 없다, 머리통에 열불나게.
“왜 일부러 스치냐고요.”
조잡하게 돌아온 변명이라는 게 겨우,
“내가 뭘 스쳤다고 그래.”였다.
왜 그쪽이 억울해하지
땅 치고 억울할 쪽은 난데?
저기 이미 사라진 커플은 안 만지고
우리 셋 중 둘을 만진 이유는
여자만 있어서?
내 참혹한 기분에 당황한 것은 되려 친구들이었다.
내가 파출소에 안 끌고 갈 것이라 여겼을까
노인은 여전히 비틀거리는 척 사라졌고
내가 왜 분노하는지도 모르는 친구들은
내가 어깨라도 스친 줄 알고
(내가 무슨 깡패인가)
화를 내는 줄 알았단다.
아니 그럼 한 순간이라도
저자가 피해자처럼 느껴졌단 소린가?
노인이며 억울해해서?
피해자는 당당해선 안 되나?
부끄러워야 할 쪽은 오히려,
.
뒤돌아 걸음을 떼는데도
계속 후회가 됐다.
“ . 파출소 끌고 갈 걸.”
이번이 두 번째일까,
성추행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니 추행은 폭행이 아닌가?)
제발 세 번째는 없을 수 있을까.
제발 세 번째는 없었으면 좋겠다.
내 왼쪽 엉덩이를 도려내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