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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마 Oct 24. 2019

5th 퍼블리테이블

준비-참여-보람






5월 6일,

퍼블리셔스테이블 5회 참가 신청이 시작되었다. 나와 내 친구는 바삐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마켓을 설명하자면, 언뜻 내 부스를 스쳐 지나간 손님이 던졌던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겠다.



역시 9월엔 퍼블리셔스고, 11월에는 언리밋이지.





퍼블리셔스 테이블은 "독립출판물 제작자들과 독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으로 독립출판 문화를 알리는 데에 의의를 둔 행사"이다. 이번 5회는 디뮤지엄에서 대략 250팀이 함께한 만큼, 행사에 참여했을 때 여러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무척이나 기대됐다.




합격, 그리고 준비


예상 날짜보다 합격 통보가 조금 늦었지만 최종적으로 친한 작가님과 함께 셀러로 참여하게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현재까지 나는 인천에서 열리는 마켓이나, 서울의 몇몇 페어에 참여했을 뿐 이 정도 대규모의 행사는 처음인지라 무척 떨고 있었다.



그렇다고 떨고만 있을 수 없지.

나는 지금까지 마켓에 참여하며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을 보완하기로 했다, 돈으로.


물론 나도 처음에는 북페어 “참여”라는 경험에 의의를 두었다. 사람들은 '글지마'라는 작가를 모르고 내가 갖고 나온 거라곤 달랑 한 종류의 책뿐이니, 너무 큰 욕심을 내지 않았다. 초라한 내 매대와 달리 이미 수년의 경험을 쌓은 분들은 다양한 굿즈로 테이블을 채웠고 나는 그런 디피를 눈여겨보며 "다음에는 나도 저렇게 해야지."하고 다짐했다.




예상 내 테이블 모습



먼저 필요한 물품을 구매했다.



- 튼튼한 책 거치대 3개
- 엽서(명함) 꽂이 20cm 이상
- 압정과 강력한 자석
- 파티션 혹은 작가 소개 아크릴 판
- 방수 가능한 180x60cm 이상의 테이블 보



내가 아무래 책을 만든 '작가'라고 하더라도 마켓에는 '셀러'로 참여한다. 갖고 온 책을 많이 알리고 파는 것을 1순위로 삼아야 했다.


하지만 이번 퍼블리셔스 때는, 투자한다 생각하고- 다음부터 흑자 볼 계획으로- 물건을 마구 주문했다. 택배는 쌓여갔고 나는 가내수공업 공장을 작동했다.






포스터를 넣을 지관통에 하나하나 글자를 쓰고 스티커를 붙였다. 빡빡한 뚜껑을 닫으려고 힘껏 누르다 보니 손바닥은 어느새 퉁퉁 부었다.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기 위해 주문한 유선지로 엽서를 포장하고 마스킹 테이프로 고정했다.


모두 승모근이 바짝 서도록 고된 노동이지만 꽤나 보람차다. 좋아서 하는 고생을 누가 말릴 수 있을까.





페어 전날, 디피


페어는 이틀간 열린다. 인천에서 한남동을 오갈 생각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결국 나는 일산에서 오는 작가님과 함께 뮤지엄 인근에 방을 잡았다. 숙소비는 벌자. 그 생각뿐이었다.



퍼블리셔스 테이블 전날.

디피를 위해 주체 측이 오후 3시부터 내부를 오픈해주었다. 우리 둘은 스무 권이 넘는 책을 가득 싣고 캐리어를 끌었다.


힘겹게 디뮤지엄 앞에 도착했다.





화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부에 들어선 우리는 "우와"하고 소리쳤다. 셀러가 사용할 모든 테이블과 조명을 직접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그들이 쏟았을 노동력을 생각하니 절로 감탄이 나왔다.





우리는 곧장 주어진 부스 번호를 확인하고 짐을 풀었다. 이번에 포스터를 많이 들고 온 만큼, 나는 벽을 선점하는 게 최대 목표였다.


포스터를 붙인 후에는 테이블 디피에 들어섰다. 책을 여기에도 놔보고 저기에 쌓아보고 멀리서 바라봤다. 테이블 보 색깔을 바꿨다가 화구 박스를 넣고. 눈요깃거리로 가져온 돌을 요리조리 엽서 위에 무심한 듯 툭 던져두었다.

투머치한 요소들을 빼고 정리를 끝마치니 벌써 2시간이 흘렀다. 당일 준비했다면 허둥지둥 댈 뻔했다.


캐리어까지 테이블 밑에 숨겨두니 후련했다. 빈 손으로 디뮤지엄을 나서며 내일을 고대했다.







* 모든 사진과 그림, 글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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