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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마 Nov 26. 2019

언리미티드 에디션

서울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이 올해로 11회를 맞이했다. 


이 행사는 "일반적인 홍보와 거리를 두는 독립출판과 그 제작자들이 일 년에 한 차례 각자의 목소리로 자신의 책에 대해 말하고 판매하는 시간"이며 "작가/제작자와 관람자가 ‘직접 판매 부스’를 통해 만나고, 프로그램과 특집을 통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책들이 그해 어떤 양상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조망"할 수 있다.


독립출판 제작자나 애독자라면 빠지고 않고 챙긴다는 언리밋. 나도 이번에는 동료 작가님과 함께 북서울미술관을 방문하였다. 




첫 방문




인기 많아. 줄 서서 기다려야 해.



말로만 들었지 정말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추운 날씨에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굴리며 10시 오픈을 기다렸다. 코트에 넣어둔, 작가님들께 드릴 초콜릿을 괜히 만지작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제작자로서 이렇게 기쁜 순간이 있을까. 내 책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창작물을 소개하고 설명하며 그들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살필 수 있다. 무려 구매까지 해주시면 얼마나 황송한지 모른다.





문이 열렸다. 관계자들은 팔뚝에 입장끈을 둘러주며 가방을 하나 주었다. 이게 뭐지? 친구에게 듣지 않았다면 어리둥절했을 상황. 언리밋에서는 방문객에게 공짜로 가방을 나누어준다. 이 짱짱하고 큰 쇼핑백에 책을 많이 사가라는 무언의 독촉 같이 느껴져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다른 북페어에 비해 공간이 무척 넓었다. 11회째 이어지는 연륜이 느껴졌다. 모든 부스 뒤에는 벽이 있어, 제작을 눈에 띄게 홍보할 수 있었다. 저 작은 칸을 채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나는 부스를 천천히 돌아보며 아는 작가님들께 인사를 드렸다. 




독립출판 인연



애정하는 임나운 작가님



내 대부분의 독립출판 인연은, 지금 진행하고 있는 팟캐스트 <크래커스 북>을 통해서 맺어졌다.


과연 와주실까? 



매번 반신반의하는 마음에 (동료 작가가) 섭외 메일을 보낸다. 감사하게도 대부분의 작가님들이 시간이 된다면 기꺼이 홍대 녹음실까지 와주셨고 우리는 허리 숙여 그분들을 맞이한다. 


상부상조가 되었을까. 녹음이 끝나고 방송을 업로드하면 매번 고민하다. 귀중한 시간을 내주신 만큼 도움이 되고 싶은데, 아직까지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의 독립출판사, 타라북스 (Tara books)



이번에도 팟캐스트 덕분에 새로운 인연을 맺었다. 바로 인도의 독립출판사, 타라북스와 방송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렇게 영광스러운 기회가 주어지다니. 이런 자리가 있기까지 노력한 지현 작가에게 무척 감사할 따름이다. (이후 방송과 관련해서는 따로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지현 작가와 나는 월요일에 녹음을 함께 하기로 한 라기니 디자이너를 만나기 위해 타라북스 부스로 향했다(당시 토요일이었다). 그녀는 아직 매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Hello." 하고 인사했다. 그녀 얼굴에 의문이 뜨기 전에 내 신분을 밝혔다. 어쩌면 해외 북페어에 나와 조금은 외로웠을 그녀가 우리를 기쁘게 반겼다. 


테이블 위에는 한눈에 보아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책들이 군데군데 꽂혀 독자를 기다렸다. 나는 며칠 전부터 오늘만 손꼽아 기다리며 사고 싶었던 책 <The night life of trees>를 구매했다. 한화로 5만 원이 조금 넘었지만 후회는 없다. 


지현 작가와 나는 월요일에 보자며 라기니 디자이너에게 인사를 건넸다. 녹음 날이 무척이나 고대됐다.




언리미티드를 나오며



친구 말에 따르면 "한국 북페어가 책이 가장 많이 팔려."라고 한다. 사실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해외 북페어를 참여했던 작가님들도 그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신다. 


한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북페어는, 앞서 언리미티드 에디션의 소개와 마찬가지로, 창작자-독자가 커뮤니케이션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만든 책을 독자가 소비한다. 매번 다음 작품의 제작비를 걱정하는 작가 입장에서 중요한 활동이다. 또한 내 콘텐츠를 좋아하는 독자가 있다는 직접 체험은 창작의 큰 원동력이다.


(내 경험은 아니지만) 해외 북페어는 기회의 자리 같다. 무명의 작가가 좋은 취지로 만든 작품을 전시한다면 좋은 현지 출판사와 협업을 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느낌이다. 때문에 판매보다는 내 가치관이나 예술관을 듬뿍 담은, 도전적인 작품들이 많다.




한동안은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구매한 책들을 읽으며 보내겠지만, 내년에는 나도 해외 북페어를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치솟는다.





* 모든 사진과 그림, 글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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