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좀 빼고 다녀야지.
누군가 나를 보고 말할 것만 같아.
"여기 좀 봐.
귀에 하얀 조약돌 낀 사람 누구?"
화장은 좀 세게. 혼잣말도 영어로.
"저기 봐." 동양인은 여기 너뿐이라고 놀리잖아.
누군가 내 바로 앞에서 혼잣말을 하길래 나도 혼잣말을 했어, 조금 센 억양의 한국말로. 근데 그 사람이 몸을 돌라다가 나를 치더라.
뭐야.
'인종차별자인가.'
째려보려는데 그러더라고.
쳐서 미안하다고.
너무 미안했어 내가 더.
첫날만 해도 너무 차가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버려서 그랬나봐.
독일에서 독어를 쓰려니 영어를 자신감 있게 못 하겠다는 친구들이 떠올라.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
내가 제대로 말하고 있는지, 이 사람이 알아듣고 있는지 모르니까 입을 떼는 것조차 힘이 들고 무서워. 익숙한 곳을 벗어난 나는 참 약한 존재.
그래서 오늘은 푸욱, 잠들 거야. 오해도 안 하고 내일도 힘차게 독어로 인사하라고, 강인해지라고 이불에서 되뇌며 잠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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