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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마 Dec 29. 2019

강인함은 폭신한 이불에서





드레스덴 가는 길




이어폰 좀 빼고 다녀야지.

누군가 나를 보고 말할 것만 같아.


"여기 좀 봐.

귀에 하얀 조약돌 낀 사람 누구?"




화장은 좀 세게. 혼잣말도 영어로.

"저기 봐." 동양인은 여기 너뿐이라고 놀리잖아.


누군가 내 바로 앞에서 혼잣말을 하길래 나도 혼잣말을 했어, 조금 센 억양의 한국말로. 근데 그 사람이 몸을 돌라다가 나를 치더라. 

뭐야.


'인종차별자인가.'


째려보려는데 그러더라고.

쳐서 미안하다고.

너무 미안했어 내가 더.


첫날만 해도 너무 차가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버려서 그랬나봐.


독일에서 독어를 쓰려니 영어를 자신감 있게 못 하겠다는 친구들이 떠올라.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


내가 제대로 말하고 있는지, 이 사람이 알아듣고 있는지 모르니까 입을 떼는 것조차 힘이 들고 무서워. 익숙한 곳을 벗어난 나는 참 약한 존재. 


그래서 오늘은 푸욱, 잠들 거야. 오해도 안 하고 내일도 힘차게 독어로 인사하라고, 강인해지라고 이불에서 되뇌며 잠들 거야.








본문은 모바일 환경에서 잘 읽힐 수 있도록 편집하였습니다. 또한 모든 사진과 글, 동영상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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