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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마 Apr 21. 2016

맛 좋은 커피의 마력, 카페에서

March. 17th , 2016,5:10PM




    힘들게 찾아온 카페의 외관은 마치 독일의 전통 있는 맥주 공장처럼 보였다. 단순한 정육면체의 건물을 붉은 벽돌이 무심히 둘러싸고 있었다.  풀색으로 듬성듬성 페인트 칠 된 카페 정문은 내 키를 훌쩍 넘어서 있었다. 문을 힘껏 열어젖히니,  그 틈새로 볶은 원두 냄새가 삐져나와 코를 덮쳤다.


슬며시 훔쳐본 카페 내부는 앤티크한 디자인이 무척 아늑했다. 이층 천장 높이 달린 커다란 샹들리에는 고풍스럽게 전기 촛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 따스한 주황빛 조명은 잿빛 시멘트 벽에 부딪혀 카페 곳곳으로 흩어졌다. 일 층에는 대리석을 널찍이 떼어놓은 듯 한 서 너 개의 원반 테이블이 넉넉히 떨어져 그 자리를 손님으로 메우고 있었다.


 멋스럽게 와인빛 스카프를 목에 두른 채 안경 쓴 눈으로 최신식 휴대폰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노인, 노트북에 손을 얹은 채 방 밖을 바라보는 옅은 푸른색 슈트의 사내, 형형색색의 눈에 띄는 옷을 걸친 동양인 가족, 몸에 달라붙는 빨간색 원피스 치맛단을 정리하며 반대편의 남자와 수다를 떨며 커피로 목을 축이는 젊은 여성. 그들은 한 장소에 모여, 커피와 함께 두런두런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있었다. (사진 아래 계속)






    얼마나 넓은지, 나는 저 멀리 카운터 옆에 놓인 여러 종류의 빵과 벽에 걸린 메뉴판을 감상하며 천천히 카운터로 다가갔다. 동양계 미국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날 발견하곤 커피를 내리다 말고 황급히 고개만 들고 말을 건넸다. 그 몸짓에 귀를 살짝 덮고 있던 검정 머리칼이 살랑 이마 옆으로 흔들렸다.

      “Hi.”


인사말을 따라 살짝 올라간 사내의 입꼬리에 나도 Hello, 하곤 살풋 미소로 답했다. 사내는 커피 머신에 연결되어 있는 스틱을 빠른 손놀림으로 들춰 올리곤 커다란 사기 잔을 꺼내 갓 내린 커피를 따라냈다. 그리곤 잔을 슬쩍 앞으로 밀며, 토스티드 아몬드 라떼(Toasted Almond Latte), 하곤 허공에 크게 외쳤다.

     “뭐 드릴까요?”


사내가 카운터로 되돌아오며 내게 물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는 화장실이라도 간 것인지 카페 안의 직원은 사내뿐이었다. 메뉴판에 적힌 수많은 커피 종류는 내가 살던 곳의 것과는 이름부터 너무도 달라, 나는 당황감에 뜸을 들이다 결국 그에게 되물었다.                


    “음... 커피 좀, 추천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여길 처음 와봐서요, 그리곤 괜스레 한 마디 덧붙였다. 아마 이 사내와 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내는 흔히 있는 일인 듯, 가게에서 가장 잘 나가는 커피를 후딱 내려선 무심한 표정으로 아까와 같이 외쳤다, 토스티드 아몬드 라떼(Toasted Almond Latte).  


    나는 소심하게도 그 잔을 낚아챘다. 그리곤 도도하게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또각또각, 이왕이면 내 워커 소리를 더 앙칼지게 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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