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드로잉

파스텔 정물화

색깔을 얹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by 글지마


저번의 원색 파스텔 수업에 이어서 이번에는 그 원색 파스텔 위에 색을 얹는 수업을 했다. 2학기 들어서 처음으로 해보는 제대로 된 coloring 수업에 두근두근하면서도, 교수님이 배열해둔 사물을 보고 머리를 감싸 쥐지 않을 수 없었다.



P20160203_164352148_58766DF7-0263-4879-AB75-F8C2EE0F2A33.JPG 정물화에서 가장 짜증나는 것은 거울과 패브릭이지 않을까 싶다


저 예쁘게 접이 접이 접혀있는 천을 보고 얼마나 머리가 아팠는지 모른다. 교수님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확연히 드러났다, 저 주름의 섬세한 value를 잘 표현해보렴. 한 번 수업을 결석해서 좋은 자리르 뺏긴 나는, 너무도 싫었지만 노란 천의 주름이 잔뜩인 부분을 그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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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연습한 원색 파스텔로 value를 주는 것 까지는 쉬웠다. (이곳에서 들은 수업에 의하면 이것을 dark neutral이라고 하는데, 엄청 다크한 blue, brown, 혹은 purple 중에서 한 색을 골라 value(명도?)를 표한하는 것이다.) 그다음 light한 부분을 흰 파스텔로 덮었다. 아마 파스텔이나 챠콜의 매력은 이게 아닌가 싶다. 색 위에 다른 색을 덧댈 수 있는 것. 하지만 그 색깔이 다른 색깔을 삼키는 것이 아닌, 서로 섞여서 완전히 새로운 색을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교수님이 진정한 coloring을 할 거니 잘 들으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정리하자면, 첫 번째로 warm color와 cool color를 칠한다. 웜 컬러에는 peach, yellow가 있고, 쿨 컬러에는 purple, blue, 그리고 brown이 있다. 나는 파란색을 사랑하기에 대부분이 파란색으로 칠했지만, 노란 패브릭의 그림자를 표현할 때는 보라색을, 흰 색 큐브에 명암을 줄 때는 주로 파란색을 썼다. 그러다 value를 더 만들고 싶을 때는 그 위에 갈색을 더 칠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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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로 내가 보고 있는 색을 표현해내는 것은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내가 노란색이라 생각해 그림에 칠하면 묘한 위화감이 들기 일수였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색은 내가 보고 '생각'하는 것을 칠하는 것이 아닌 '본' 색 그대로를 칠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란색으로 보이지만, 옆에 놓인 사물로 인해 그것이 주황색도, 초록색도 될 수 있는 것이 정물화 그리기였다.


P20160214_212518247_5729D97D-20E6-4969-A0CF-E61317FC129D.JPG 여전히 패브릭의 주름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두 번 째 정물화 완성

한창 그림을 그릴 때는 사진 찍는 것을 까먹는지라 그림 그리는 과정이 많이 생략 되지만, 어쨌든 정물화 완성. 고쳐야 할 곳이 무척이나 많지만, 저 당시에는 이것이 그저 최선이라 생각하며 과제를 제출했었다. (아마 디테일한 것을 더 고치고 과제를 제출했던 것 같지만 그 사진은 저장하질 않았다.)


이번 그림으로 깨달은 것은 나는 쿨 톤을 무척 좋아한다는 거다. 다른 친구들과의 그림을 놓고 보았을 때, 내 그림이 유독 시퍼렇다. 교수님은 그것이 파란색으로 바탕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파란색 파스텔을 고른 것이 나만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리고 가슴 깊이 깨달은 또 다른 사실은 바로, 파스텔은 재밌지만 주름 천의 주름을 그리는 것은 무척이나 짜증 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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