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시작(時作) 느슨한 시작(始作)
18개월 아기라고 곧잘 걷길래
조금은 믿고 내버려 두었더니
걷다가 책상 모서리에 이마 찍히고
의자 위로 올랐다 쿵 떨어져 운다
아직은 너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나뭇가지 주워 오른손으로 흔들며
마법사 놀이인 것 같아 두었더니
달리는 자전거를 향해 뛰어가고
마주 오는 차를 향해 뛰어가며 웃는다
걱정돼 너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몸을 꽈배기 빵처럼 꼬길래
안쓰러워 유모차에서 내려주었더니
들꽃 하나를 보아도, 우와 우와
비눗방울 하나 터뜨려도, 흥분한 함성
나에게도 저런 동심이 남아있을까
설렘과 호기심이 살아있을까
생각에 잠기며
너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