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어려워서 쓴 글

2025. 4. 23. 회사 제출용

by 글러먹은

글쓰기는 어렵다.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들을 차분히 닦아세운다. 첫 문장부터 잘못됐는지 글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진다. 마음에 안 드는 귀퉁이를 고친다고 손대다가 줄줄이 쓰러져 버린다. 눈앞에 남은 건 흰 백지뿐.


누구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려고 할 때 글이 잘 써진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발레리나처럼 자신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다니. 고고한 백조의 고결함에 구경꾼이 되었다.


돈의 힘을 빌리면 글이 술술 풀릴 것 같다.

작법서를 사기 위해 인터넷 서점을 두리번거린다. 쉬운 글쓰기,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등 쉬운 쉬운 쉬운 그놈의 쉬운.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따라가면 글짓기가 수월하다고 한다. 작가는 글밥으로 먹고사니 당연히 만만하겠지. 나도 내 업무로 책을 낸다면 쉽다고 쓸 거다.


‘신규자도 쉽게 하는 인허가 업무’.


우리 동아리의 김 땡땡 주사님이 자주 하시는 조언이 있다. 글쓰기가 힘겹다면 자신을 저 밑까지 보이라고. 땅굴까지만 팔지 저 아래 외핵까지 뚫을지 고심해 본다. 내핵까지 넘어가기에는 압력으로 짜부라질 예정이다. 시방도 내 사소한 생각을 회사의 불특정 다수가 본다는 사실에 입술이 바짝 말라붙는다.


글쓰기가 싫지는 않다. 고달프면서도 글을 쓰는 이유를 묻는다면 지금은 ‘동아리 숙제입니다.’라고 말할 거다.

격주로 2번 제출하는 창작 행위. 손 놓고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과 친근해졌으나 여전히 가쁘다.


그러니 처음 펜을 잡은 분이 나는 한 글자도 못 쓰겠다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본래 이런 속성이다. 우리는 그냥 소 한 마리가 되어 쟁기를 끌며 묵묵히 밭을 갈아엎으면 된다. 챗GPT라는 트랙터보다는 느리지만 내 고랑은 더 깊고 비옥할 터이니.


오늘도 꾸역꾸역 한 글자 눌러쓴다.

글쓰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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