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을 때, 누군가 갑자기 딱 잘라서 “이게 정답이야!” 하고 말하는 문장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마치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주입하는 듯한 문장을 보면 우리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거부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논설문이나 연설문을 읽는 것처럼 글 속에서 누군가가 단정적으로 답을 내려버리면 그때부터는 내 생각이 자유롭게 흐르기 어려워진다. 글이 딱딱해지고, 때로는 재미없어지기까지 한다. 이걸 요즘 말로 ‘꼰대’ 같은 글쓰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글을 통해 사람들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고 싶은 거다. 독자에게 정답을 주입하기보다는 그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게 더 매력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을 쓸 때, 우리는 명령하거나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관찰자는 독자에게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하나의 창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관찰자라고 해서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방관자’와는 다르다. 방관자는 무관심하지만, 관찰자는 깊이 생각하며 세심하게 바라본다. 글쓰기에서도 관찰자의 태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글을 쓰면서 관찰자의 태도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먼저, 단정적인 표현을 피하고, 읽는 사람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다.
얼마 전, 민달팽이를 주제로 글을 쓰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길을 걷다가 민달팽이를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민달팽이는 집을 포기한 게 아닐까?" 민달팽이가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고정관념을 깬 민달팽이, 정말 독특하고 재미있는 발상이었다. 이 주제로 글을 써보기로 했지만, 처음 쓴 글은 생각보다 딱딱하고 논리적이었다.
“껍데기가 없는 민달팽이. 집값이 비싸 내 집 마련을 포기한 건지, 집이 너무 무거워서 버린 건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른 달팽이들처럼 집이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하는 민달팽이. 그 용기는 어느 시대에나 필요한 것 아닐까.”
이 글을 보면, 고정관념을 깼다는 단정적인 표현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에서는 마치 교훈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도 난다. 표면적으로는 넌지시 독자들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친구에게 관찰자의 입장에서 글을 다시 써보자고 제안했다.
수정된 글을 보자.
“껍데기가 없는 민달팽이. 집값이 비싸 내 집 마련을 포기한 건지, 집이 너무 무거워서 버린 건지 알 수 없다. 가벼우면 더 편안한 걸까? 집을 찾기보다는 용기로 스며든다. 포기하는 것조차 버리고,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무겁고 불편한 짐을 벗는다.”
여기서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고정관념을 깼다”는 단정적인 표현 대신, “가벼우면 더 편안한 걸까?”라는 질문을 던져 독자도 함께 생각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삶을 개척한다”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용기로 스며든다”라는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마지막도 교훈을 강요하기보다는 “짐을 벗는다” 라는 표현으로 마무리하면서 글에 더 여유가 생겼다.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건 태도다. 우리는 책이나 글을 그저 읽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그건 일종의 ‘대화’다. 글을 통해 우리는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만약 그 대화에서 일방적으로 내 생각을 강요하거나 정답을 주입하려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반발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좋은 글은 읽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지게 만들어야 한다. 만약 글이 너무 일방적이거나 명령조라면, 그 대화는 거기서 끝나고 만다. 읽는 사람이 마음속에서 계속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두는 것, 바로 그것이 좋은 글의 핵심이다.
따라서, 글을 쓸 때는 관찰자의 시선을 가져야 한다. 어떻게 보이는지, 어떤 느낌을 주는지 관찰자는 그저 보여주기만 할 뿐, 그 의미를 해석하고 결론을 내리는 건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실습)
자신이 강하게 말하고 싶은 주장이나 메시지를 문장으로 한 번 써보고, 그 문장을 어떻게 돌려서 말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세요. 단언적인 표현은 살짝 돌려서 독자가 스스로 생각할 공간을 주는 방식으로 바꿔보면, 그 작은 변화가 글을 훨씬 매력적으로 만들어 줄 거예요.
예시 :
"글 쓰는 데 독서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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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안에는 수많은 글쓰기 선생님이 등장한다. 외국인부터 다른 시대 사람이나 절대 만날 수 없는 존재까지. 그들에게 글을 배우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독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