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하는 일

by 문수인



살아있다는 기쁨이 쉽게 망각되는 만큼, 현실을 알아차리는 일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겨울이 되면, 나는 새삼 현재를 깨닫곤 했다. 나무가 바람의 춤을 출 때, 차가운 공기를 들이쉬고 내쉴 때, 살아있다는 감각이 온몸으로 퍼졌다.


그런데 요즘은 겨울을 좋아하는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 12월부터였을까. 2025년 두 번째 겨울, 밖으로 바람을 쐬러 나가는 일은 더 이상 기대와 기다림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차가운 발을 이불속으로 밀어 넣고, 전기장판의 온기에 몸을 맡긴 채 해야 할 일들을 미루기 일쑤였다. 겨울에 유독 더 많이 움직이던 나는 사라지고, 게으름과 회피로 겨울을 나고 있었다. 계획을 미룰 때마다 남은 죄책감과 자괴감은 날마다 짙어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포기하는 쪽으로 기울어 갔다.


글 쓰는 일도 다르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쓰고 싶은 마음보다 숨고 싶은 욕구가 더해졌다. 게으름과 회피는 어쩌면 포장지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나를 멈추게 한 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이었다. 글을 쓸수록, 나는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자주 마주했다. 재능이 없으면 노력이라도 해야 되는데, 나는 노력조차 아끼며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다시 글을 쓰려 한 이유는 지금의 내가 결코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의 역치가 낮아 기쁜 순간을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글을 쓰지 않았던 근래에는 진심으로 기쁜 순간을 좀처럼 느끼지 못했다. 돌고 돌아, 나는 결국 깨달았다. 나는 글을 쓸 때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글을 쓰는 일은 나를 위하는 일이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