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마주 앉는 용기
책 소개 | 『단 한 번의 삶』은 유료 이메일 서비스 '영하의날씨'에 2024년 연재했던 글을 대폭 수정하고 다듬어묶은 작품으로, 이전 산문들보다 더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담았다.
느낀 점 | 책을 읽으며 작가 김영하의 심리 상담실 안에 조용히 들어간 느낌을 받았다. 부모와의 관계나 어린 유년 시절의 기억을 돌아보며 자기 인생의 깊은 내면을천천히 들여다보고 정리하고 수용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짚으며, 그로 인해 형성된 자아의 결을 회피하지 않는다. 대신 그 기억들을 햇빛 아래 펼쳐 놓는다. 그 태도는 무언가를 고백하거나 극복해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편안함과 담백함이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작가는 무수한 시간 동안 과거의 기억을 되돌아보고 감정의 결을 수놓듯 하나하나 세밀하게 만지며, 스스로와끝없는 대화를 나눴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묻게 된다.
"그는 이렇게 평온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지나왔을까"
한 사람의 내면이 단단해지기까지, 고요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홀로 지새워야 했을까. 그 시간을 가늠할 순 없지만, 그 여정의 흔적을 이 책에서 마주하게 된 것만으로도 나는 위로받았다.
이런 대목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사람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흔히들 하지만 사람은 평생 많이 변한다. 노력으로 달라지기도 하고 환경에 적응하기도 한다"
"어차피 사람은 변하지 않아"라고 믿던 시간이 내게도 있었다. 그런 생각은 자신을 가두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이에게 냉소를 향하게 한다. 하지만 과거의 나를 마주하고 나니, 삶은 조금씩 달라졌다. 더 의미 있게 보내고,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내디딘 작은 선택들이, 어느 순간부터 내 안에 조용히 쌓여갔고, 그 시간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대부분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시기를 지나, 타인의 시선과 관계 속에서 조금씩 비치는 나를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불완전함 속에서도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어쩌면, 사랑도 삶도 그런 것 아닐까.
결핍 속에서 시작되어, 함께 걷는 불완전한 여정을 통해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것.
<단 한 번의 삶>은 그 여정을 온전히 통과한 한 사람의 고백이자, 우리 모두를 향한 깊은 동행의 손짓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