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재능(피터 스완슨)을 읽고

인간의 공격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by 문수인



책 소개 | 남편이 떠난 출장지마다 여자가 죽는다. 마사는 처음엔 우연이라 믿으려 했지만, 믿음은 균열을 일으켰다. 의심이 날로 깊어지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친구였던 릴리 킨트너를 다시 만나게 된다. 릴리와 함께하는 여정은 마사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게 되며 이야기는 거침없이 질주하게 된다.

느낀 점

선천적으로 공격적인 기질로 태어났다고 해도, 안정적이고 따뜻한 양육 환경에서 자란 경우에는 실제로 사회적 규범을 잘 따르며 살아간다는 연구들이 있다. 그렇다면 연쇄살인범이었던 이선 살츠는 어땠을까? 그의 공격성은 타고난 것이었을까? 그 물음은 책을 덮은 뒤에도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선 살츠는 살인 그 자체보다는, 본인이 들키지 않고 해냈다는 것에 우월감을 느끼는 인물처럼 보였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반복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자신을 유별난 존재로 여기며, 그 사실에 묘한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더 생각했다. 폭력적인 부모는 아니었지만 사소한 우월감조차 자랑으로 치장해 주는 환경이었다면?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칭찬받으며 자라왔다면? 공감이나 죄책감을 학습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면? 환경에서 오는 일말의 가능성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공감이나 도덕은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 이선 살츠에게는 그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닐까. 선천적인 유전과 기질만큼이나 그것을 조율해 주는 환경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이선 살츠를 단순히 정서적 결함을 타고난 인물로만 치부하고 싶지 않았다.

이해보다 오해가 쉽고, 웃음보다 냉소가 익숙하며, 사랑보다 경계가 먼저 앞서는 세상. 삶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고, 때때로 우리는 자신에게 더 유리하고 덜 상처받는 쪽을 택하기도 한다. 그것이 반드시 나쁜 선택이라고 할 수 없지만, 도덕적 기준보다 희소성이나 우월감에 가치를 두는 선택은 지양해야 한다. 그건 결국 자기를 부풀리는, 자기 파괴이기 때문이다.

<살인 재능>은 인간의 본성과 내재적 공격성을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공격성은 악이 아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고, 자기 보호를 위한 감각이다. 문제는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어디에 사용하는 가에 있다. 건강하게 표현하지 않는 공격성은, 결국 누구에게 향하든 상처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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