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건의 <급류>를 읽고

사랑이 머문 시간에 감사할 수 있는 사람

by 문수인



<급류>를 덮고 한동안 생각이 갈 길을 잃고 헤맸다. 아픈 상처를 같이 겪었던 주인공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결국 또다시 사랑을 선택한 것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도담과 해솔이 마지막 인사를 하며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발걸음을 내디디며 마음이 한 결 가벼워지는 장면을 원했던 것 같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던 두 사람의 마음에도 어느 순간 새로운 관계에서의 사랑이 물들며 그들이 잘 이별하길 바랐다. 그런데 어쩌면 내가 바란 결말은 그들의 사랑이 아닌 마음-상처-의 결말인 것 같기도 하다.

해솔과 도담. 그들이 사랑했던 시간 안에서 유일하게 자신이 이해받는다고 느꼈을까. 그들의 사랑은 사고처럼 불가항력적이고 모든 걸 휩쓸어가는 급류에 가까웠던 걸지도 모른다. 잊혀지지 않는 마음이, 잊혀지지 않는 존재가 각인되어 사는 삶. 그 무거운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도담과 해솔을 나는 어쩌면 책을 덮는 마지막까지 마음 깊이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상처를 마주하며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도담과 해솔.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어쩌면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귀하고 소중했기에 엉킨 복잡한 감정들의 실타래를 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그들이 사랑하는 방식은 그 누구보다 성숙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뒤로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만큼 쓸쓸한 것은 없는데, 그들이 사랑하는 방식은 오히려 상처받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책을 덮고 처음 키보드에 손을 얹었을 때는 막막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고, 응원하게 되어 기쁘다. 쓸쓸한 마음 감출 길 없어 사랑하는 일을 주저한 적도 많은데, 해솔과 도담이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은 용기를 얻은 것 같다.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아야겠다. 상처받길 두려워하지 않고, 그저 사랑이 머문 시간에 감사할 수 있는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