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변화, 찬란한 하루

by 문수인


커피를 줄이니 예전처럼 10시만 되면 잠이 쏟아졌다. 전에는 주말마다 늦게 자서 월요일엔 피곤한 몸으로 커피에 의지했지만, 요즘은 금요일에도 12시 전엔 눕는다.


어제는 10시 조금 넘어 잠들어서 8시에 일어났다. 남편의 코골이에 잠시 깨기도 했지만 주말치곤 이른 아침이었다. 그저께 산 식빵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커피를 내려 남편과 함께 먹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아침은 따뜻하고 평화로웠다.


점심을 먹고 나른해진 몸을 일으켜 청소를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청소기를 돌리며 집안 공기가 조금씩 상쾌해지는 걸 느꼈다. 남편은 산더미 같은 빨래를 세탁기에 넣었다. 그리고 몇 날 며칠을 미뤄왔던 배수구 청소를 드디어 해치웠다. 까맣고 지저분했던 모습이 제 색깔을 드러내자, 마음도 함께 정화되는 것만 같았다. 작은 것 하나씩 제자리로 돌아갈 때마다, 마음이 단단하게 정돈되는 느낌이었다.


청명한 날씨를 만끽하고 싶어 낙동강 근처 카페로 향했다. 통유리 너머로 햇살을 품은 강물은 반짝거렸고, 흔들리는 나무 사이로 사람들이 카메라 셔터음을 누르고 있었다. 야외에 앉은 사람들은 더위에도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잠시 여름을 잊은 것처럼 보였다. 우리도 에어컨 바람에 몸을 식히다 산책을 나섰다.


강은 바람을 따라 잔잔한 물결을 이루었고, 나무는 손을 흔든 듯 좌우로 흔들렸다. 흘러가는 것들 사이에서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작은 변화 하나가 만든 이 여유로운 하루가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커피 한 잔을 덜 마시는 것, 한 시간 일찍 자는 것. 그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 오늘 같은 하루를 만들어낸다. 영원하지 않을 이 순간들이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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