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유서'를 자주 떠올린다. 죽음은 초대하지 않은 불청객처럼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인생 단 한 번 오는 손님을, 백발이 성성해 두 팔 벌려 환영할 준비가 되었을 때 맞이하고 싶다. 하지만 삶은 뜻대로 흐르지 않는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조차 모르는 게 인생이다. 혹시라도 너무 일찍 온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남길 마지막 편지를 미리 준비하고 싶어졌다.
내가 살아온 삶을 영화로 만든다면 어떨까. 큰 위기나 극적인 반전 없이 흘러간 평범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허무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상의 장면들 속에서도 반짝임은 있었다. 아침 햇살에 번지는 커피 향처럼, 어떤 날은 희망으로 빛났고 어떤 날은 번뇌로 무거웠다. 평범한 날들의 희로애락 속에서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부모님의 헌신적인 사랑 속에서 자랐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사랑 앞에서 늘 머뭇거렸다. 받은 만큼 돌려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따라붙곤 했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양면적이라 혼란스러웠지만, 곧 깨달았다. 나도 결국 그들과 다르지 않은 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거짓이 아니다. 나를 완전히 희생하며 헌신적인 사랑을 줄 수는 없어도, 함께한 순간만큼은 온 마음을 다해 임했다. 그 시간이야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마지막 편지의 끝 문장은 아마도 이렇게 적힐 것이다.
"당신과 함께 해서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