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멍이 짠이와 24시간》 #3
“어머, 털 색깔 너무 예쁘다!”
산책을 하는데 누군가 짠이를 보며 말했다.
까만 것도 아니요, 하얀 것은 누가 봐도 아니요, 굳이 고르자면 회색인데 또 그렇다기엔 털 색깔이 얼룩덜룩이다. 그게 특이하니 예뻐 보였나 보다.
이제껏 털 색깔을 콕 집어 예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짠이는 까만 푸들이다. 아니, 까만 푸들이었다.
털을 바짝 깎아놔야 보이는 뱃살과 입 속 혀와 이빨, 까만 눈을 크게 굴려야 가느다란 초승달 모양으로 드러나는 흰자. 짠이의 몸에서 까만색 외의 색이 가지는 지분은 이게 전부였다. 밤 산책을 나가면 짠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짠이는 없고 하네스만 동동 떠다니는데 이러다 잃어버리면 정말 못 찾겠구나 싶었다.
짠이는 정말 새까만 푸들이었다.
그랬던 짠이의 까만 털 사이로 하얗게 샌 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짠이의 흰머리는 당연히 눈에 잘 띄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강아지도 흰머리가 나는구나, 신기했다. 언제부터 흰머리가 났나 문득 궁금해 옛 사진첩을 찾아보니 2017년께였던 것 같다. 그러니까 짠이가 만 8살 때부터였나 보다.
흰머리는 점점 온몸으로 번졌고 턱과 머리에는 아예 하얀 면을 이루었다. 이제는 완전히 얼룩 강아지가 다 되었다.
초등학교 때 배운 노래 중에 이런 노래가 있었다.
할머니 머리에 눈이 왔어요
벌써 벌써 하얗게 눈이 왔어요
그래도 나는 나는 제일 좋아요
우리 우리 할머니가 제일 좋아요
노래를 배운 길로 할머니를 쫓아가 불러드렸던 기억도 난다. 종종 할머니의 흰머리를 뽑아 드렸던 때였다.
우리 할머니 머리에는 눈이 너무 많이 쌓여 하얀 물이 다 들었고, 우리 할멍이도 서서히 물이 들고 있다.
할멍이 머리에 눈이 왔어요
벌써 벌써 하얗게 눈이 왔어요
그래도 나는 나는 제일 좋아요
우리 우리 할멍이가 제일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