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멍이 짠이와 24시간》 #4
짠이의 미용은 철저하게 청결과 보건을 목적으로 한다.
"크라운하고 꼬리만 조금 남겨 주시고 다 밀어주세요."
애견샵에 가면 나는 이렇게 말하며 짠이를 맡긴다. 그마저도 매번 주문이 같으니 애견미용사는 이심전심으로 알아서 척척이다. 찾으러 가 보면 푸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웬 강아지 한 마리가 날 기다리고 있다. 털이 사라져 가벼워진 귀를 나풀거리며 애견샵을 돌아다니는 짠이를 안아 들고 보면 까맣게 드러난 피부 위로 또 늘어난 지방종양들이 보인다. 예쁘자고 털을 길어 이것들을 덮어두는 게 좋을 리 없어 나는 짠이의 털이 조금 길었다 싶으면 얼른 도로 바짝 깎아버린다.
물론 어렸을 때에는 짠이도 푸들 미용을 했었다. 하지만 곧 귀에 염증이 생기고 병원에서 선천적으로 피부가 좋지 않아 평생 고생할 거라는 말을 들은 이후로는 더 이상 푸들 미용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꽤 오랫동안 지금과 같은 미용 스타일을 유지 중이다.
크라운 조금, 꼬리 조금, 나머지는 바짝!
짠이가 미용을 하는 주기는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이다. 말라깽이였던 짠이가 점점 털이 찌고 발가락 사이로 삐져나온 털들이 할멍이의 거동을 미끄럽게 하기까지의 대략적인 기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 짠이가 2023년 11월 15일 이후 미용을 하지 않고 있다. 자그마치 4개월이 넘는 기간이다.
짠이의 청결과 보건을 위한다는 사명감이 깃든 이 미용 행위가 멈춘 이유는 특별히 없다. 어쩌다 보니 미용을 해야 할 타이밍을 놓쳤고 '짠이 미용 맡겨야 하는데…'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그러다 문득 '겨울이라 춥기도 하고… 오랜만에 좀 길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그렇게 혼자서 짠이를 평소보다 자주 씻겨주자고 다짐하곤 지금까지 짠이의 털을 찌워오고 있다. 4개월이나 됐다니.
차가운 기운이 많이 물러나고 봄비 속에 따뜻한 날이 발치에 왔음을 느낀다. 이제는 그만 짠이의 묵은 털옷을 벗길 때가 된 것이다. 다가오는 목요일 오후로 미용 예약을 잡았고 미용을 하고 온 짠이는 따뜻해진 바깥의 기온과 상관없이 당분간 달달 떨겠지. 하지만 언니는 오랜만에 느꼈던 너의 몽실몽실하고 포동포동하고 부들부들하고 풍성했던 털의 감촉이 그리울 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