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멍이 짠이와 24시간》 #5
짠이의 이빨이 참 튼튼하다고 느꼈던 일화가 있다.
짠이가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 집에 갔던 어느 날이었다. 두 분은 인적 드문 산중에 홀로 주택을 지어 살고 계셨는데 그곳은 짠이가 하네스와 리드줄 없이 자유롭게 놀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멀리 가면 안 된다는 걸 아는지 짠이는 집마당과 그 주변만 돌아다녔고 나는 간간이 짠이를 불러 어디에 있는지, 잘 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날도 짠이는 밖에서 놀고 있었다.
"짜안!"
조용했다. 짠이의 걸음에 부딪히는 자갈 소리라도 들려야 할 터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나는 나가 보았고 순간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짠이는 바로 보이는 곳에 있었다. 내가 부르는 소리는 듣지도 못했다는 듯 마당 데크 끄트머리에 바짝 엎드린 짠이는 뭔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앞발을 핥고 있나? 마당에서 뭐 먹을 거라도 찾아서 먹고 있나?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나는 짠이에게 다가갔고 가까이 가서 본 짠이는 앞발로 뭔가를 단단히 잡고 입으로 물고 뜯고 벗겨내고 있었다. 나는 그게 뭔지 보고도 도대체 알 수가 없어서 짠이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렇게 자세히 보고서야 그것이 골프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이없게도 짠이는 골프공의 커버를 벗겨내는 중이었다.
워낙 공을 좋아하는 짠이는 어딜 가든 어디에 숨어 있든 공을 잘도 찾아내곤 했다. 그날은 마당에서 아빠가 퍼팅 연습을 하고 흘린 골프공을 찾아낸 모양이었다. 찾았으면 갖고 놀 것이지 커버는 왜 벗기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 제 딴에는 그게 노는 것이었겠다.
벗겨진 골프공을 보는 것도 놀라웠지만 저걸 이빨로 뜯어 벗겨낸 짠이의 이빨이 더욱 감탄스러웠다. 혹시 이빨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살펴봤지만 짠이는 멀쩡한 이빨 사이로 혓바닥을 날름해 보일 뿐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강아지가 뼈다귀도 씹어 먹는데 골프공을 벗기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이었나 싶지만 강아지라고는 짠이가 처음인 초보 집사였던 당시의 나는 그랬다. 그리고 그 일은 내가 짠이 이빨의 튼튼함에 강한 신뢰를 가진 계기가 되었고 그 신뢰는 여태 이빨 하나 깨지거나 빠진 것 없는 14살 짠이가 단단히 지켜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