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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Apr 04. 2019

1952년 런던 스모그 그리고 한국의 미세먼지

Feat. The crown

한국의 초미세먼지 기사를 접할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뿌연 도심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점점 나이가 들어서 호흡기가 예전 같지 않은 부모님이 특히나 걱정이 된다. 여기서 중국과 인도 갈 때 필수 템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필터 있는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보내드렸는데 귀찮아서 잘 쓰는 것 같지도 않다. 영국에서도 청정지역으로 꼽히는 Cumbria에서 나는 맑은 공기를 쐬고 있지만, 가족이 있는 한국의 대기질 상황이 늘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어렸을 때 천식을 심하게 앓아서,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달리기나 숨차는 활동을 못할 정도였다. 엄마가 기관지에 좋다는 것은 다 찾아 먹이고 다행히 좋은 의사 선생님을 만나 완치에 이르렀는데, 2014년 정도부터 봄가을마다 기관지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때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니 피곤하기도 하고 환절기니 계절성인가 보다 하고 이비인후과를 대충 다니다 말았는데, 엄청 예민한 내 코와 목은  어쩌면 그때부터 미세먼지를 감지했는지도 모른다. 15년 정도부터 미세먼지라고 방송에 나오기 시작하더니, 16년 17년에는 야외활동에 제약을 받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최근에 보여준 한국의 공기질까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벚꽃놀이는 다녔으니까. 아마 내 부실한 기관지를 가지고 지금 한국에 있었다면 다시 병원과 약을 달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숨을 편하게 못 쉴 때의 고통과 그 답답함을 알기에 뭔가 더 걱정스러운 와중에 넷플릭스 드라마 The crown (Episode#4) 을 보다가 섬뜩한 에피소드를 접하고 말았다. 반세기 앞서서 이와 같은 일을 겪은 나라가 지금 내가 있는 곳이라 더 와 닿기도 하고 경각심도 생기기도 해서 글을 남겨보려 한다.


[1952 런던 스모그 (The great smog of London)]

1952년 런던 스모그 (출처: Getty Images)


해당 에피소드는 1952년 런던 스모그를 다룬 내용이다. 당시 영국 북동부에서 석탄이 발견되면서 석탄을 주 연료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도시에서는 엄청난 양의 석탄을 때우게 된다. 이 해, 11월 겨울은 특히나 온도가 낮았는데, 사람들은 집 내부를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석탄을 때웠다. 그리고 12월 초 고기압이 인근을 덮으며 공기가 정체하기 시작했다 (런던은 특히 겨울에 바람이 세지 않고 공기가 정체하는 기후 특성이 있다). 공기가 순환되지 못하니, 오염물질이 정체하기에 이르렀는데, 이 당시 런던 도심에서의 가시거리는 48시간 동안 0이었다고 한다 (출처: Fifty years later: Clearing the air over the London smog, NIEHS News-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 드라마를 보면 당시 영국의 수상이었던 처칠은,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조치를 취해달라 요청이 쇄도하는데도 이를 계속 무시한다. 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손수건과 마스크로 입을 막고 다니고, 병원은 기관지 질환으로 인한 환자들로 폭발해 총체적 난국이 찾아온다. 이때, 버스가 뿌연 먼지 탓에 바로 앞의 사람을 못 보고 치게 되는데, 처칠의 여비서가 죽게 된다. 이를 계기로 처칠은 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시킨다. 하지만  이미 사망자가 1만 명이 넘은 이후였다. 이후, 1956년 영국은 Clean air act (청정공기법)을 발표하는데, 이는 오염물질을 태우는 것을 영국 전역에서 금지하는 것을 포함한다. 참고로, 수업시간에 들은 것을 첨언하자면, 당시 큰 화력 발전소 하나가 런던 Battersea에 있었는데 (재력가와 정치인들이 사는 부자동네), 자기네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 분명하다 보니 재빨리  발전소를 바로 닫을 수 있었다고 한다.

(출처: https://allthatsinteresting.com/great-smog-of-london)


[60년의 노력]


이 대재앙을 계기로 영국에서는 공중보건과 환경오염 규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고, 공기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대중교통, 에너지 계획, 자가용 대체연료, low emission zone (차량 배기가스 제한지역) 등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검토를 하기 시작한다. 이와 관련해서 기사나 논문을 몇 개 찾아보았는데, 다시 깨끗한 공기를 회복하는데 약 60년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 (OMG) 하지만 아직도 자동차 배기가스 등으로 화학물질이 대기 중에 있기 때문에 Ultra low emission zone (ULEZ)나 여러 규제를 통해 깨끗한 대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당시의 앞이 보이지 않는 거리와 환자들을 싣고 다니는 앰뷸런스 소리들이 모두에게 끔찍한 기억과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듯하다. 지금 영국을 포함해서 유럽이 깨끗한 공기를 유지하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대재앙을 겪음으로써 정치, 보건, 과학 기술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몇 십 년 동안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행정처리가 느려 터지고, 일처리 하는 것을 보면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 이런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 방법들과 결과를 보고 있노라면 이래서 선진국일 수 있겠구나 싶다.

1952년 런던 스모그 당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              

불과 몇 년 사이에 한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진 것으로 추측하건대, 개인적으로 중국에서 넘어오는 오염물질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친구들을 만나면 중국에서 미세먼지 한국으로 넘어온다고 종종 언급하는데, 자기네 공기질은 최근에 좋아졌다며 오히려 엉뚱한 표정을 짓는다. 물론 얘네들은 자국의 신문기사나(정부에서 발간, 중화사상이 짙음) 글들을 보고 말하는 것이니, 더 말해봤자 화만 날뿐. 나의 멘탈 안정을 위해 더 이상의 논쟁은 피했다. 최근 중국의 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이 친구들의 반응이 그다지 놀라울 일은 아니다. 성급한 일반화일 수도 있겠지만, 일부의 이런 태도를 보고 있노라니,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문제가 왠지 빨리 해결될 것 같지는 않을 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일까.


런던 스모그 사진들을 보다 보면, 마스크 모양과 주변 배경만 다르지 요즘에 내가 뉴스에서 보는 한국의 사진과 별반 차이가 없다. 재앙이 어떻게 시작했고, 어떤 결과를 냈는지 이미 알고 있으니 더 무섭다. 유사한 케이스가 이미 반백 년 전에 있었고, 문제가 어떻게 해결됐는지 과정도 있고, 충분히 예방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참 아쉽다. 한국에서 봄이면 항상 꽃놀이는 의무로 꼭 다녔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참 슬프기도 하고... 영국의 파란 하늘을 보면서도 마음이 편하기보다는 부럽기만 한 요즘이다.     

-사진 출처 https://www.dailymail.co.uk/news/article-2243732/Pea-souper-killed-12-000-So-black-screen-cinemas-So-suffocatingly-lethal-ran-coffins-How-Great-Smog-choked-London-60-years-ago-week.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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