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서 공부 하면서 자주 방문했던 웹사이트중의 하나가 OECD 웹페이지다.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팀플을 하고 토론을 하다보니 객관적인 지표를 데이터와 참고자료로 사용할 일이 종종 생기는데, OECD 자료만큼 좋은것이 없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 (developing countries)이나, 저개발국 (underdeveloped counties)같은 경우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내부자료를 대부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구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뿐더러 (실제로 거의 구하지 못한다), 설령 있다해도 신뢰도가 낮다. 한 예로, 친하게 지냈던 인도 친구는 인도 정부기관에 전력사용량 데이터를 요청했는데 거절당해서 논문주제를 바꿨다. 이집트의 한 친구는 정부 웹사이트에 들어갔는데, 페이크(?) 이상한 웹사이트에 기관 소개만 있고 필요한 정보가 없었다. 중국도 공공자료 공개에 대해서는 폐쇄적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하여 자료를 수집하던 중국친구도 상당히 애를 먹었다. 반면 나를 포함해서 OECD에 소속된 국가의 학생들은 (주로 선진국으로 구분되는) 비교적 정보를 쉽게 찾았고, 정보가 부족한 경우 요청하면 각 기관으로부터 대부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OECD 웹사이트를 드나들면서 느낀것은 국내에서 헬조선이라고 불리던 한국의 대외적 위상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이다. 1차로는 다른친구들에 비해 내가 자료를 쉽게 얻는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느꼈고, 2차로는 OECD 데이터에 여러가지 지표를 살펴보면서 느꼈다. 솔직히 말하면, 공부할(Study) 때는 과학기술이나 R&D 자료들을 보고 여타 다른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의 위상에 사뭇 놀랬다. 한국에 대한 프라이드도 공부하고 외국에 살면서 더 많이 생겼다. 그 외에도 OECD 여러가지 지표를 국가별로 비교한 것을 보는것이 은근히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종종 봤는데, 이미 알고 있던 사실도 있지만 세계속에서 한국과 한국인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재미있으면서도 슬픈 자료들 몇 개. (출처: https://data.oecd.org/)
내가 대학 입학할 때, 대학진학률이 80%가까이 육박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있는데 지금은 좀 내려갔나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는 것은 당연했다. 그냥 너무 당연해서 안간다는 생각을 해본적도 없을 뿐더러, 그놈의 대학때문에 재수까지 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대학에서 배운 것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도 않고, 그냥 취업을 위한 한단계 과정이었던 것 같다. 대학교육에 크게 만족을 하지 못하기도 했고 실망도 했던지라, 학교 생활보다는 과외비로 돈을모아 방학때마다 여행을 많이다니고 흥미있는 영어공부를 많이했다. 그래서 공대를 졸업했지만 남들 다있는 기사자격증이 없다. 돌이켜보면 이 때 경험한 세상구경이 대학 강의실에서 배워던 것보다 선명한 인상을 남겼고, 내 삶의 방향을 잡는데 유익했다. 위의 OECD Data 차트 보면 대학 진학률이 대 70%정도 되는 것 같은데, 다른국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다른 나라랑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커서 솔직히 놀랐다. 보통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선진국의 경우 50%정도를 유지하는 정도로 보인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많은데 양질의 일자리는 한정되어있고, 한국에서 직면하고 있는 실업난은 어찌보면 당연히 예상된 시나리오였던 것일까. 결국 구직자가 을이되고 기업이 갑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너 없어도 할 사람은 많으니까.
한국 근로자들의 이러한 '을'의 입장을 보여주듯, 근무시간은 정말 세계 최장이다. 신문에서 대한민국의 근무시간이 OECD 최장이라고 보도되는것을 종종 봤는데, 다행히(?)도 바로 앞에 멕시코가있다. 2017년 기준 한국의 노동시간은 2024시간이라고 하지만 경험으로 추측컨데 기록되지 않은 야근과 주말근무은 아마 저기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있는 이곳 영국은 노동시간이 연간노동시간이 약 1500시간 정도지만, 이마저도 직장인들은 너무 많다고 불만이다. 독일과 비교하며 독일의 저노동 고생산성을 언급한다. 한국을 독일과 비교하자면 일년에 약 700시간정도 더 일을 하는 것인데, 이를 공식 워킹데이로 계산하면 (/8 hours), 87.5일이나 된다. 말이 87일이지 주말빼고, 주 5일 일하는 것으로 계산하면 4달가까이 일을 더하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에게 특별히 하루시간이 30-40시간으로 더 주어진 것도 아닌데, 근로자의 일원으로서 이러한 수치를 보니 가혹하지 않나 싶다. 물론, 이러한 한국인의 이러한 근면하고 성실한 삶의 태도 덕분에 우리나라가 지금의 위치까지 오긴 했지만, 이것은 정말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피로사회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문득 슬퍼졌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취업해서 일도 오랬동안하는데, 남녀 성별 임금차이는 또 제일크다. 이 지표도 너무 압도적으로 커서 깜짝 놀랬다. 여기에 첨부하지는 않았지만, OECD education 지표 중 하나인 the program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ement (PISA)를 보면, 한국은 성적도 최상위권이지만 유일하게 모든 항목(수학,과학,언어)에서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성적이 우위에 있다. 한국 여성들이 세계적인 기준으로도 능력면에서는 뛰어난 사람들임을 부인할 수 없게 하는 지표이다. 그런데 왜 이러한 차이가 나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가끔 영국에서 친구들이랑 얘기할 때, 나에게 한국의 양성평등, 여성에 대한 편견등을 종종 물어본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왜 유독 한국 성차별에 대해 묻는거지? (다른데도 있는데 정말 유독 한국의 양성평등을 종종 물었다) '한국도 다른 유럽지역만큼 평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편견이나 차별이 사회에 일부 있긴 하지만 요즘엔 많이 사라지고 있어!' 라고 말했는데 저 데이터를 보니...잘못 말했나보다. 혹시 친구들이 저 데이터 혹은 어떤 관련 글을 보고 나한테 물은 것일까. 나의 경우, 우리집에는 딸들밖에 없고(아들로 인한 차별이 있을 수 없었다), 학교다닐때도 또래의 남자애들과 똑같이 교육받고 대학가고, 취업해서도 같은 연봉을 받고 살았어서(적어도 초봉은) 크게 차별이라고 느끼면서 산 적은 특별하게는 없었다. 있었다 하더라도 아마 무디게 넘어 갔을수도. 저 데이터를 보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만약 한국에서 아기를 낳고 워킹맘으로 지냈다면, 그래서 육아휴직을 쓰고, 그래서 또 승진이 누락되었다면, 육아 때문에 해외근무를 동등하게 못한다면, 그렇다면 같이 입사한 남자 동기들보다 점점 연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아, 갑자기 현타가 온다...위의 데이터는 지금 현재 한국의, 자식을 어느정도 키운, 중년이후에 일터로 다시 나간 여성들의 임금을 포함하기 때문에도 저만큼의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 추측해 본다. 내코가 석자이긴 하지만, 적어도 몇 년 후에는 균등하게 교육받은 나와같은 세대의 여성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길, 덜 받길, 그리고 저 간격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에 끄적인다.
(PISA DATA: https://data.oecd.org/pisa/mathematics-performance-pisa.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