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랬고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유럽 선진국들이 친환경 에너지와 환경보호에 힘쓰고 있고 리딩하고 있는 곳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환경보호, 대체에너지, 자연보호와 관련하여 많은 국제기구와 조직들이 유럽에 있고 많은 사람들이 지구의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 이들이 주축이 돼서 기후협약 등의 글로벌 이슈에 대해 조약을 만들고, 많은 나라들을 가입시켜 지구환경을 개선하려고 노력한다는 것도 분명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 전 세계 많은 학생들이 이를 공부하고 자기네 나라에 적용을 시키고자 이곳으로 몰려든다. 그런데 내가 이곳에서 에너지와 환경을 공부하고 살면서 의문이 드는 점 몇 개. 영국이 대외적으로는 반듯하고 환경 선도부 역할을 하는 이미지인데 왜 나에겐 다른 이중적인 모습이 보일까?
분리수거 (Recycle)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집에서 다 본 신문과 세척된 우유팩을 정리해서 학교에 가져가면 녹색 쿠폰과 교환해줬다. 무게에 따라 녹색 쿠폰의 개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조금 힘들더라도 쿠폰을 더 받기 위해 낑낑대고 들고 간 기억이 선명하다. 폐지와 교환된 녹색 쿠폰은 또다시 내가 원하는 다른 재화와 바꾸는 데 사용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일을 매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었는지 아파트 분리수거도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행위였다. 종이, 캔, 유리, 배터리, 형광등, 비닐, 플라스틱 심지어 최근엔 음식물 쓰레기도 모두 따로 분리수거하는 것은 물론이요, 폐가구나 전자제품은 스티커 붙여서 따로 수거해 가게끔 깔끔하게 처리한다.
영국에 와서 초반에 자연스럽게 통을 나누어서 내가 사용한 물건들을 분리했는데, 런던에서는 분리수거를 하지 않았다. 그냥 비닐봉지에 모든 쓰레기를 한 곳에 담아서 휙 던져놓으면 쓰레기 수거차가 처리해간다. 가끔 분리수거를 하라고 비닐을 따로 주기는 하는데, 그 비닐에는 플라스틱, 종이, 캔 정도를 한꺼번에 넣고 나머지는 한꺼번에 넣는다. Instruction이 정확하지 않고 워낙 출신 배경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살다 보니 (아마 나라마다 분리수거 정책이 다를 것이므로), 지나가면서 분리수거 비닐을 보면 결국엔 모든 쓰레기를 섞어서 버린다. 물론 쓰레기 수거차도 별말 없이 그냥 수거해간다. 지역마다 폐기물 처리하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 Cumbria로 이사 오면서도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나 알아봤는데 (Cumbria는 잉글랜드에서 깨끗한 청정지역의 이미지다. 우리나라의 강원도나 제주도와 비슷한 이미지라 분리수거가 엄격할 것으로 예상했음), 분리수거하는 쓰레기통이 따로 있긴 하지만 종이 (특히 cardboard)만이고 나머지는 또 한데 묶어서 그냥 버린다. 재밌는 것은 분리수거하라고 쓰레기통이 따로 있지만 쓰레기차는 일반 쓰레기와 종이 분리수거 쓰레기를 결국 합쳐서 가져간다. 왜 굳이 나눠놨는지는 모르겠다. 냉장고, TV나 폐가구 등의 대형 폐기물은 한국처럼 돈 내고 처리하는 경우도 있고, 넓은 공터에 그냥 가져다가 버리면 된다. 번거롭지 않아서 내 몸이 편하긴 한데... 뭔가 당황스러운 분리수거, 폐기물 처리 시스템이다.
쇼핑백 그리고 과대포장 (Over-Wrapping)
쇼핑을 하거나 택배를 시킬 때 과대포장에 당황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깨지지 말라고, 상품 보호 차원에서 꽁꽁 싸맸겠지만 조리용 냄비를 하나 주문해도 포장상자와 그 속에 비닐, 스티로폼, 뽁뽁이가 엄청나다. 보통 주문하면 큰 상자 속에 작은 상자, 작은 상자 속에 또 작은 상자 총 3개는 무난하게 있다. 포장지랑 상자 정리해서 치우는 것만 해도 일이다. 종이니까 마음대로 펑펑 써도 된다는 것인가? 박싱데이에 쇼핑을 하면 특히 더 난리 난다. 종이 쇼핑백 (재생 쇼핑백+코팅 쇼핑백 모두)은 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싸고 또 싸서 포장을 해 준다. 집에 오면 굴러다니는 종이 쇼핑백만 상자 한가득이다. 비닐 쇼핑백도 돈을 받지 않고 그냥 주는 경우도 제법 있다. 한국에서는 장바구니 가지고 다니는 게 보편화돼서 당연한 일인데, 여기는 아직까지 보편화된 것은 아닌 느낌이다 (일부의 사람들만 가지고 다닌다). 편하긴 하지만, 너무 많은 포장지와 종이상자에 내가 부담스러울 정도이니, 이거 괜찮은 걸까...?
정유사업 (Conventional energy)
세계적으로 알만한 정유회사들 이를테면 BP, SHELL 모두 영국의 회사이거나 영국의 지분이 상당한 회사들이다. 영국 내에서는 석유, 석탄을 이용한 발전이 없고 '친환경 에너지'모드로 나가고 있는데, 이 정유회사들은 어디서 돈을 버는 것이란 말인가? 영국이 과거에 식민지로 삼았던 곳들, Common wealth 국가들이 석유 공급원이다. 일부 국가는 정치인 부패가 심하다 보니, 적당한 돈을 받고 자국에서 여러 정유회사들이 오일 채취하는 것을 눈감아 준다. 결국 유럽, 자국 영토 내에서는 친환경, 대체에너지, 청정한 하늘을 만들기 위해 규제를 하는 반면 다른 곳에서는 결국 反 환경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 http://www.ib-sm.org/caseShellNigeria.pdf) 물론 현재는 환경 관련 규제가 더 강화되고 까다로워졌으니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이 더 조심스럽고, 비밀스러울 수도 있겠다. 아이러니하게 최근에는 이런 정유회사들이 풍력발전, 재생에너지 발전을 한다고 나서고 있다. 대체에너지만을 다루는 회사도 많은데, 정유회사들이 얼마나 이 사업을 추진할지는 의문이다.
결국엔 세금?
내가 느끼기엔 사람들의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행동방식을 바꾸기 위해. 영국에선 결국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는 것 같다. 자동차를 구매하는 순간 road tax를 내야 하고 (CO2 관련), 휘발유를 넣기 위에 비싼 세금이 포함된 돈을 지불해야 하고, 런던 시내를 들어가기 위해 Congestion charge를 내야 한다. 2019년 4월부터는 맑은 런던의 공기를 위해 Ultra low emission zone(ULEZ)이라고 Congestion charge 외에 추가 부담금 제도가 시행된다.
환경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해 정치인이나 경제학자들이 더 연구를 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돈의 구속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부자들이 이러한 세금과 추가 비용 때문에 자신의 CO2 사용을 얼마나 줄일까? 의문이 든다. 결국 극빈층 상위 단계에서 중산층 정도가 이 부담에 가장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자본주의 사회에선 CO2 양도 결국 가지고 있는 부에 따라 배출량이 결정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기를 쥐어짜서 쓰고, 국제 환경규제를 만들면서 나서서 지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분명 높이 살 일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에게 이산화탄소 줄여라, 폐기물 줄여라, 이것저것 규제를 만들어 놓고, 과연 자국 내에서는 올바르게 친환경 정책을 하고 있는지 솔직히 의문이 들었다. 사람들의 작은(?) 행동 양식 하나하나가 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겠냐 생각하다가도, 한국에서 실행하고 있는 벌금이나 추가 비용 부담과 같은 제도들이 결국엔 사람들에게 한 번씩 환경에 대한 의식을 재고시키는 역할도 할 텐데, 영국에서는 이런 노력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한국이 OECD의 게이트라고 하지만, 환경 정책, 개선하려는 노력, 그리고 국민들의 참여와 의식, 행동은 분명히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각성이 잘 되어있는 듯하다 (독일이나 북유럽 같은 곳을 예외 하고). 어렸을 적부터 습관화되었던 나의 분리수거 스킬과 내공 그리고 환경 보호에 대한 의식이 유독 영국에서는 과한 행동 양식인 것 같아서, 늘어나는 세금이 조금 억울해서 푸념하는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