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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Apr 10. 2019

삶에 가치를 부여 한다는 것 (2)

삶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 무슨 '가치'라는 말까지 들먹거리며 이 팍팍한 현실에 동떨어진 소리를 하고 있느냐고 누군가는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여기서 지금까지 지내면서 생각한 것 일뿐, 또 나의 이 의식의 흐름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르게 바뀔지도.


내가 이곳에서 만난 채식주의자들도 앞서 말한 노숙자 돕는 것과 맥락을 비슷하게 한다. 누군가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자발적 채식주의자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 이유를 물어보면, 알레르기 문제도 가끔 있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구와 환경을 위해 그렇게 한다고 한다. 소가 내뿜는 메탄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일뿐더러, 가축을 길러 고기를 생산하는 과정이, 에너지와 탄소가 집약된 과정이기 때문에 (High carbon footprint) 환경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채식을 한다는 것이다. 부족한 단백질은 달걀이나, 콩 같은 것으로 섭취를 하면 된다니 처음에는 그냥 개인의 취향이려나 생각하고 말았다. 이 맛있는 고기 냄새를 바로 옆에서 참고 있는 채식주의자들을 보면, 그 인내심이 새삼 놀랍다.


트래킹을 할 때도, 새 모이 주머니나 다람쥐 식량을 옆에 두둑이 차고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누가 시키거나 자원봉사 단체에서 나온 것은 아니고, 개인이 트레킹도 하면서 그런 활동을 한다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도 아주 가끔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내가 운동하면서 먹을 초코바를 챙기기도 바쁜데, 주변의 새와 다람쥐 먹이까지 챙겨 다니는 모습을 보니, 나는 남에게 피해 안주는 개인주의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범주를 넓혀 살아있는 동식물의 세계에 있어서는 나는 이기주의자였던 것일까?


물론, 모두가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돈과 개인의 성취를 지향하는 보통의 사람도 많다. 나도 아직까지는 그렇기도 하고...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금융권은 사정이 어떤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쪽을 공부하는 친구들은 창업을 하거나 스타트업 회사에 들어가도 벼락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조금이라도 사회와 지구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는 애들이 많다. 결과도 결과지만, 자신이 어딘가에 소속되어서 그것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 가치를 둔다. 돈, 지위, 직업적 성취보다 '무언가 다른 것'을 추구한다. 그들과 이야기를 하면 항상 따라오는 말은 '돈이 삶의 최종 목적은 아니야.' 이 자본주의 시대에 돈이 그래도 충분히 있어야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 조건인데, 쟤네 뭐 금수저 아니야? 혼자 생각했는데, 어쨌든 금수저는 아니었고, 그냥 평범하게 직장 다니는 회사원이나, 학생들이었다. 


저 친구들은 보통의 현대인과는 다르게 '무엇인가 다른 가치'를 두고 사는가 보다 하고 혼자 정의 내리고 있었는데, 마침 얼마 전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가수 박진영 씨가 이 '무엇인가 다른 가치'에 정의를 명확히 내려주었다.


I want to be________. (수단)


 I want to live for __________. (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수단이 꿈이라고 생각했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할 수 있는 자유인이었으면 좋겠고, 돈도 좀 많이 벌었으면 좋겠고, 올해는 더 건강했으면 좋겠고. Want to be 뒤에는 지금 진행 중인 것을 포함해서 정말 많은 것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live for 다음에는 대답이 망설여진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 깊게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이 문장을 자기 전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노숙인을 데려가 커피를 사주는 것, 자발적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 새와 다람쥐를 챙기겠다며 모이를 잔뜩 지고 다니는 것들, 이곳 사람들은 뭐가 되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꿈을 위해 (live for), 혹은 자기만이 생각하는 어떤 가치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되려는 것 (수단)은 이루면 그만이지만, 꿈 (live for)은 살아가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루고 나서의 허탈함, 허무함도 없다.  쭉 자신의 가치와 소신대로 살면 된다. 나도  어떤 '가치'를 두고 '살아가야 할지'는 아직 찾는 중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찾게 되면 일생을 살아가는  "과정"이 더 즐거울 것 같긴 하다.                                               

드라이브하다가 우연히 만난 무지개. 17/03/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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