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니 부부 이야기

by 스윗스윙


영국에서 직장을 잡고 정착하면서, 존 할아버지의 도움도 받았지만 남편 직장동료인 야니 부부의 도움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저녁식사라도 초대해서, 고마움 표시를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계속 시간이 안 맞았다가 마침 금요일에 드디어 시간이 맞아서 식사를 대접했다.


야니 부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람들이다. 내 생전에 남아공 사람을 본 적도 없을뿐더러, 남아공 영어 발음도 처음이라서 아직도 잘 못 알아들어서 다시 묻는 경우가 많지만, 어쨌든 이 부부의 텐션은 5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엄청 높다. 열정과 도전정신은 20대 못지않다.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이 부부는 남아공에서 쭉 사업을 하다가 접고, 아부다비에서 원전 관련하여 현재 회사를 다니다가, 프로젝트가 끝나고 영국 발령을 희망하여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오게 된 사람들이다. 아부다비에 있을 당시에, 한국 관련 기업들과 일을 많이 했었다는데 그때 한국인들에 대한 인상이 굉장히 좋았나 보다. 친절하다, 똑똑하다, 성실하다 항상 한국인 칭찬 일색이다. 그 호감 덕택에 우리가 호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인가?

어쨌든 면허 발급 기다리고, 차도 없는 상태에서 우리에게 선뜻 카풀을 제공하고, 가끔 차 없는 우리에게 발이 돼주었는데 사실 엄청 번거롭고 귀찮은 일일 텐데도 불구하고 항상 즐겁게 도와주었다. 자기 자녀들 말고, 두 명을 더 입양해서 다 키우고, 이제 여기저기 세상 돌아다니며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너무 감사해하는 이들은 대화를 하면 정말 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말이 너무 많긴 하지만...).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지난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남아공의 새로운 부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남아공이라 하면, 사실 한국과 지구 정말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관심도 많이 없었기도 하고, 인종차별 심한 곳, 빈부격차가 심해서 각종 범죄가 일어나는 곳, 치안이 안 좋은 위험한 곳 정도였다.

어쨌든 이들이 말하는 현재의 남아공은 인종'역'차별이 심한 곳이다. 불과 25년 전에 투표권을 획득한 흑인(국민의 대부분)들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자신에게 유리하게 법과 제도를 바꾸고 있는데 학교 입학 혹은 어떤 시험의 기준 점수가 흑인에게 후하다거나, 좋은 직장의 경우 흑인 할당제를 부여한다거나 등이다. 그래서 아주 상위권이 아닌 이상, 백인들은 정상적이고 괜찮은 직장을 갖기 힘들다고 한다 (참고로, 남아공에서 혼혈인을 뜻하는 colored는 차별적 표현이 아니라,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좋은 의미로 쓰인다). 백인들이 과거에 이곳에 쳐들어와서 함부로 점령하고, 흑인을 노예로 삼았으니 후대에서 이를 보상해 주는 게 어찌 보면 이치에 맞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들의 말에 따르면 남아공의 흑인들은 노예가 아니라 원주민이라 한다. 절대로 노예로 삼은 적은 없다 한다. 그냥 부족을 이끌며 유랑 생활을 하던 사람들, 그리고 그 후손들이 계속 유랑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무래도 부족 생활을 하다 보니 21세기에도 벌거벗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교육을 받지 못해서 후에 범죄를 야기하기도 한다는... (물론 위에 언급된 내용은, 백인의 자손인 야니 부부의 관점이다) 남아공의 현재 큰 이슈는, 각각 특이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인종 간 구성원 간의 사회적 통합인 것 같아 보였다. 단일 민족인 한국의 화두는 세대 간의 갈등, 남녀 간의 갈등인데... 참, 어느 사회나 저마다의 문제를 안고 있는 듯하다. 많은 이들이 헬조선 거리지만, 세상에 할인 곳이 생각보다 많다.


문득 궁금해졌다. 몇백 년 전 유랑 생활을 하던 부족 국가에 누군가 침입해서, 누군가 정해 놓은 기준에 맞추어 살아야 한다는 것, 유랑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원주민이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야니네가 역차별에 대해 억울함을 성토해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 기준은 원래 누가 만든 것이었을까? 한국에서는 생각해보지도 않았을 이런 주제들, 이슈들, 흥미로우면서도, 답도 없는 질문을 주절주절 던져본다.


22.06.2019 _그늘밑에서 쉬고 있는 양떼무리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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