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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Nov 03. 2019

미래의 주거형태(?)

Feat. 런던의 미친 집값

런던에서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시내에 월세를 내고 살아서, 물론 만만한 금액은 아니었지만, 사실 호텔이나 에어비엔비 같은 시설을 별도로 이용할 필요도 없었을뿐더러 친구나 가족이 와도 크게 걱정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우리가 런던에 가끔 내려가게 돼서 숙박을 하려고 보니 호텔 등의 숙박비를 보면 숙박비가 이 정도로 비쌌나 이따금씩 놀라게 된다. 좁고 낡은 시설 방 한 칸이 정말 수십만 원을 넘으니, 숙박비만 줄어도 여행 부담이 확 줄어든다. 그나마 다행으로 런던에 살고 있는 왕씨-엘리스 부부가 늘 호의를 제공해 주는 덕분에, 런던에 갈 때마다 이들 집에서 머물렀는데 이번에 부부가 좀 특이한 레지던스로 이사를 하면서 우리에게 위층 게스트 룸을 예약해주어 재밌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카나리와프

사실 카나리와프 (Canary wharf) 쪽은 근처 수산물 시장 가려고 한 번 정도 가봤었지, 갈 일은 딱히 없었는데 이번에 왕씨 부부의 레지던스가 이 근방이라길래 가게 되었다. 고풍스러운 런던 시내에 비하면 이쪽은 현대적인 고층 빌딩으로 빽뺵히 채워져있다. 런던이라기보다는 싱가포르나 홍콩의 전형적인 금융가 그런 동네 느낌이다. 지하철도 쇼핑센터와 연결되어 있고, 널찍한 것이 시설도 깨끗해서 전형적인 영국스러운 느낌은 사실 적다. 어쨌든 이 근방에는 근처 금융권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레지던스들이 있는데, 월세가 런던의 서남부 (켄싱턴, 베터시 등) 만큼 비싸다. 아마 최신식의 건물이기도 하고, 근처 직장인들이 고연봉이다 보니 시세가 그렇게 높게 측정되지 않았나 싶다.


최근에 이 주변에 하나둘씩 지어지고 있는 주거의 형태, 우리가 이번에 지냈던 곳은, 직장인들을 위한 '기숙사' 같은 곳이다. 스튜디오 형식으로 작은방 하나에 아주아주 작은 화장실, 그리고 간이 주방이 딸려있다 (방이 작아서 렌즈 안에 방이 안 들어옴). 시설은 신식이라 깨끗하지만, 워낙 작아서 방안에만 있으면 아주 답답하다. 우리나라 고시원 사이즈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방이 무려 월 1800파운드 (한화 약 270만원) 나 한다. 재미있는 것은 작은 개인방이 주어지는 대신에, 거실이나 주방 등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기존에 학생들이 한 집을 쉐어하는 것에서 좀 더 발전해서, 아예 거실, 서재, 주방 등의 집의 다른 부분을 더 넓게 건물 내 사람들이 공유한다. 그런 점에서 호텔과는 차이가 있다.                           


공용 주방

어느 저택처럼 큰 주방을 가질 수는 없지만, 그와 같은 주방에서 조리는 할 수 있다. 냉장고, 오븐은 물론, 냄비, 식기류도 다 구비되어 있다. 단점은 매번 식재료나 개인 양념들을 가지고 왔다 갔다 해야 한다는 것이긴 하지만, 자유롭게 음식을 하고 바로 옆 큰 식탁에서 파티도 여는 등의 이벤트를 하는 것을 보면 불편함은 감수할 만 한가보다. 주말에는 미리 한 주치의 점심을 만들어 놓는 직장인들로 북적인다 한다. 우리도 여기서 밥을 한 끼 먹었는데, 옆에 다른 사람들도 조리를 하고, 파티를 하고 있으니 마치 실내 캠핑 온 기분이었다.


이런 주거 형태 특성상 아무래도 개인 방 이외에 다른 부분은 공유를 하다 보니, 커뮤니티 시설이 발달해 있다. 요가 클래스, 쿠킹클래스, 조깅 등의 다양한 활동이 있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바쁜 이 동네 직장인들이 실제로 커뮤니티 활동을 많이 하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답답한 방에서 벗어나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할 수 있는 여러 활동들은 작은방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장치인 듯싶다.                        


공용 거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2박 3일 동안 지내 본 나의 후기는 나는 내 공간이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러한 주거시설에 장기간 지낼 확률은 극히 드물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Netflix 블랙미러 시리즈 중 하나인 핫샷이 문득 생각이 났다). 나 같은 경우는 굳이 도심지에 살지 않고, 좀 더 저렴한 바깥으로 나갈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1인 가구나, 출퇴근 시간이 중요 고려 요소인 사람들에게는 앞으로 핫한 미래의 주거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실제로 이 주변에 이러한 형태의 1인 가구를 위한 레지던스들이 계속 지어지고 있고, 우리가 지냈던 이곳 또한 2달 전에 지어져서 거의 완실이 된 곳이란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말 미래의 주거 형태가 내가 어릴 때 보았던 공상과학 영화 비슷하게 되는 것 같다. 신기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집의 기능에 대해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게 된다.


여담으로 엊그제 동료한테 영국도 한국처럼 주택청약 비슷한 것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적금식으로 돈을 통장에 예치하다가 첫 집을 구매할 때 통장에 예치되어 있는 돈의 25%를 국가에서 지원해 준다고 한다. First time House buy benefit이라고 일컫는 것 같던데, 자세한 기준은 모르겠지만 신박하면서 요상한 제도 같다. 어느 나라든 집이 문제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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