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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Nov 16. 2019

영국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올까?


2019 국가 경쟁력 지표 (출처: https://www.weforum.org/reports/how-to-end-a-decade-of-lost-productivity-growth)

2019년 국가경쟁력 9위, 과거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의 과연 경쟁력은 무엇일까 이따금씩 남편과 이야기를 한다. 말이 이야기지 사실은... 까기 바쁘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애들이 세계를 제패했던 것이냐구!


인적자원으로만 보자면 정말, 한국의 절대적 압승이라도 본다. 한국인 뿐 아니라 동양권 사람들이 대체로 똘똘하고 근면하고 책임감이 있다. 과연 벼농사 문명의 후예들답다. 처음엔 이들의 책임감이 없는 행동이 일부 개인적 성향인 줄 알았는데, 그냥 전반적이라는 결론을 남편과 내렸다. 자기가 피해를 입을 것 같으면 얼른 선을 긋기도 하고, 서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자기 일인데도 나 몰라라 하고 무책임한 편이다. 근데 이런 걸 또 대놓고 하지는 않는다. 


가까이서 보고 있노라면 좀 맹한 느낌이랄까. 이들에겐 월급 잘 나오고 휴가 가는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끔은 같은 근로자지만 너무 하다 싶기도 하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함). 이런 무책임(?) 덕분에 말은 엄청나게 많은데 항상 결정이 안 난다.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냥 내버려 두라는 건가?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을 계속 겪다 보면 브렉시트가 왜 연기가 계속되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인도나 중국인들은 국민성이 뭔가 한마디로 정의가 되는데 영국인은 뭐랄까, 정의할 수 없는 요상함이 있다. 맨날 Sorry sorry 하면서 젠틀한척하지만, 책임감 부재에 정작 자기들도 뭘 하는지 모르는 그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성향. 한두 명이 그런 것이 아닌 것을 보면, 국민성 같은데... 내가 그동안 살면서 접해보지 못한 신유형이라 아직도 적응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왜 이런 우유 부단하고 책임감도 떨어지고 그렇다고 막 똑똑하지도 않은데 어떻게 국가 경쟁력이 높은 것일까 한 번 생각을 해보았다.

조상들한테 감사해야 할 것이, 미국이 일단 영어를 쓰고 공용어가 되다 보니 많은 일들을 정말 손 안 대고 코푸는 느낌이다. 많은 회사가 인도에 싸게 외주를 주는 대신 이들은 여가를 누린다. 거기에 영어 배우러 그 많은 유학생들이 엄청난 돈을 내면서 몰려오지... 한국 회사에서 외국의 선진 시스템이 좋니 도입하느니 마느니 했는데, 사실 일이라는게 거기서 거기다. 여기서 느끼는 것이지만, 똑똑하게 일을 한다거나 시스템이 혁신적이고 효율적이라거나 그런 것이 전혀 없다. 그냥 영어로 전 세계 대부분의 일들이 이뤄지는데 모국어다 보니, 누군가와 싸울 때 유리한 것이다.

과거 식민 지배의 결과도 아직까지 분명 있다.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다만, 과거 이들의 영향력은 아직까지도 무시 못 할 것 같다. 최근 여기저기 영국 회사들이 다른 나라에 팔리고 M&A를 하지만 그것으로 정말 위기인가?라며 이 나라를 걱정하기엔 뭔가 밑바탕이 단단한 느낌이다. 많은 나라의 연금이니 자본이 영국 기업 그리고 자산에 투자된다. 그러니까 영국이 이 위기면 다른 곳들은 더 큰 위기일수 있다. 위기라고 말은 하지만 그 뭐랄까 단단한 느낌이 있다. 한국 회사에서 늘 위기다!라고 임직원들을 흔들어 댔을 때의 분위기랑은 다르다.


몇 주 전, Factfulness라는 책에서 나라와 생활수준을 4단계로 구분해 놓은 재밌는 내용을 읽었다. 이 책의 분류를 토대로 영국의 상황을 비춰 보자면,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2, 3단계의 나라들이 4단계에 있는 영국을 단단히 받치고 있는 느낌이라 할까? 2, 3 단계의 개도국의 부자들에게 여전히 영국의 자산은 안전자산이다. 아무튼 과거의 영광 덕 많이 본다. (*참고: 1단계 - 깨끗한 물과 음식이 넉넉하게 공급되지 않음, 물을 길어오고 땔감을 떼는 정도의 수준, 오늘날 약 10억의 인구가 해당. 2단계: 가스레인지가 있고, 아이들이 학교에도 갈 수 있으나 전기가 불안정하게 공급되는 정도의 수준, 오늘날 약 30억의 인구가 해당. 3단계: 노동시간이 길긴 하지만 저축도 하고, 아주 가끔이지만 여가도 즐김, 오늘날 약 20억의 인구가 해당. 4단계 - 교육을 12년 넘게 받고, 비행기를 타고 휴가도 다니고, 온수 냉수도 이용함, 오늘날 약 10억의 인구가 해당. 출처: 팩트풀니스,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이유. 한스 로슬링 저)


어쨌든 다 과거의 영광 같고 영어 정도 빼면 별 특별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왜 아직까지 이들은 큰 소리 내고 있는 것일까 했는데 그 특이한 성향인 것 같다고 최근에 추측해보았다. 책임감 없어 보이고 말만 많아서 정말 심각한 결정 장애 있는듯한 이 특이한 성향이 한 몫 했다는 것이다. 겉으론 맹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상황을 보다가 자기 이익 챙기고, 적당히 선 그어 버리고, 애매하면 그냥 결정 안 하고 우유부단하게 있는 것. 과정이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이들은 세계 대전에서도 승전국이었고, 한 때 세계를 제패했다는 것은 한편으론 이런 얌체 같은 성향이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대부분 사람들이 브렉시트 하면 영국의 경제 성장률이 떨어진다느니, 마트의 의약품 식료품이 모자를 것이라느니, 아직도 과거 추억에 젖어 있다느니 소리를 하지만... 개인적으로 뭔가 이들의 성향과 국민성을 지켜보자면, 과거 경험을 통해 본능적으로 위기를 알고 자신들의 성향을 십분 발휘해서 사람들이 뭐라고 비난하던 말던 혼돈의 세계 경제 속에서 자기 실속을 차리려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해 보았다. 더구나 이 나라 많은 정치인들은 다른 곳들과 조금 다르게 신분제 사회 속에서 어릴 때부터 남들과 다른 환경과 교육 속에서 키워진 전문 정치인과 같은 사람들인데 과연 겉에서 보이는 것처럼 마냥 맹할까?


아무튼 한국에서는 사실 이런 일 관심도 없었을 텐데, 남편이랑 둘이서 별 얘기, 생각을 다한다. 그래서 이 동네에 철학자들이 많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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