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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Dec 08. 2019

나는 무엇의 노예인가?

*노예라는 표현이 조금 극단적일 수도 있겠으나, 딱히 표현할 단어가 마땅히 생각이 안 나서 그냥.


영국이 자본주의의 나라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가끔 얘기하다 보면 꽤나 중국이 채택하고 있는 사회주의에 비판적이다. 런던은 인종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김정은 포스터부터 막시즘까지 포스터들까지 엄청 붙여져 있었는데, 이곳은 시골? 보수적인 백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동네라서 그런지 특히 나이가 좀 있다 하면 사회주의에 부정적인 느낌이다. 중국에서 SNS가 감시받고 자유 발언권이 없다는 것을 동정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회가 감시 속에 있다고 생각하며 그들이 누리지 못하는 자유를 안타까워하는 느낌도 받는다. 물론 나도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으로서 이곳의 사람들과 일부는 생각을 같이 한다. 중국의 체제 논리를 듣다 보면 ‘자기네 세상 속에 사는 우물 안 개구리 같군, 왜 저래” 하며 구시렁거릴 때가 종종 있긴 하니 말이다. 하지만 뭐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어쨌든 많은 중국인들은 자기네도 나름 서구 사회와 같은 수준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혹은 그렇게 여기고 사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여기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서방 국가의 사람들이 중국인이 누리지 못하는 자유를 동정하는데 그렇다고 그들이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있냐는 것이다. 이곳에서 내가 느낀 것은 이들은 자본주의, 즉 돈의 노예라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있지만 이들도 어떤 쇠사슬에 묶여 있는 것은 매한가지다. 제3자 외국인의 시각으로써 이곳을 바라보니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보게 돼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누굴 동정해, 너네도 자유가 없어 보이는구만.’ 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성인이 되는 20살 애들부터 중장년층까지, 연금 받는 노년 인구를 제외하면 정말 엄청 돈돈돈 거린다. 돈을 벌고 있어도 돈이 없다, 기업의 임원인데도 돈이 없다, 그냥 맨날 돈이 없다 한다. 얘기 들어보면 학자금에 모기지에 나갈 돈이 실제로 많기도 하지만, 마트 학교 병원을 비롯해서 이용하는 사용하는 대부분의 것이 돈의 유무에 따라 선택의 범주가 달라지니, 뭐랄까.... 진짜 돈의 노예 같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돈에 얽매여 있지 않아!’ 검소하고 소박하게 욕심 없이 사는 모습을 ‘보이’지만 다들 명품 좋아하고 고급 진 것, 희귀한 것 엄청 좋아한다, 이런 건 사람의 본성인가 보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일까. 휴가를 여유롭게 즐기고 항상 공원에 누워서 낮잠을 잘 것 같은 저들의 이면에 돈에 대한 압박과 쪼들림이 존재했다. 그것도 생각 보다 많이. 표현의 자유를 누린다고 주장하는 이들이지만 높은 이율의 모기지와 학자금과 고급차 할부금 등을 위해 다른 개념의 (극단적인 표현일 수도 있겠으나) 노예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몇 개의 이자율은 너무 높아서 처음엔 사람들이 사채를 쓴 줄 알았다. 심지어 학생 상대로 하는 학자금 대출도 정부가 은행 이자 놀이하나 싶을 정도니 말이다. 노동을 해도 나가는 게 많고 미래의 돈도 저당이 잡혀 있으니, 정말 이들은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위계질서는 자연스럽고 정당한 데 비해 다른 사회의 그것은 잘못되고 우스꽝스러운 기준을 근거로 삼는다.
-유발하라리, 사피엔스


내가 여기서 본 외국인들은 사회주의나 자본주의를 택하던 자유가 구속된 건 매한가지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내 살길은 내가 스스로 도모해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나는 지금 무엇의 노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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