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라이 불변의 법칙
솔직히 말하자면 약간의 환상? 기대? 같은 것이 있었나 보다. 막연하게 외국의 회사는 수평적이니까 뭔가 개인을 존중해주고, 내 의견도 자유롭게 말하고, 뭐 이런 분위기를 말이다. 안타깝게도 사람 사는 곳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수평 하긴 하다. 내 의견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말하는 또라이 불변의 법칙은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되는 듯싶다. 일명 서양 꼰대라고 나는 이름 붙였다. 요즘 꼰대를 비꼬는 말인 ‘라떼이스 호스’ 정확하게 이곳에서도 쓰인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말이야~”라는 말을 말끝마다 붙이는 인간들이 있다. 나이도 딱 50-60대 정도. 내가 여기서 또 다른 꼰대를 만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내용은 한국에서 듣던 레퍼토리 비스무리하다.
한국 사회에서는 아무래도 전체주의 같은 것이 조직에 남아있어서 비스무리한 A라는 집단에 약간 튀는 A’ A”’ 가 있는데, 이곳은 A라는 집단에 Z, K라는 유형의 사람이 있다. 아주 처음 접하는 인간의 모습이라 당황스럽다. 이곳에서 회사 생활을 하며 느끼건데 세상을 넓고 특이한 사람은 많았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나는 도저히 저런 유형과 같이 일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라인 매니저에게 말했더니 떨어뜨려 주었다. 일도 못하고 사람들의 불만도 많은데, 그 사람의 특성이라고 그냥 이해해 주는 것을 보면 포용력의 역치가 좀 큰 것일까? 아니면 뒷배가 있는 것일까?
남편에게 이런 일을 주절주절 말했더니, 남편 회사도 뭐 피차일반이란다. 밖에서 우리가 보았던 외국회사의 이미지는 정말 부정적인 것 빼고 좋은 면만 골라 뽑아 봤나 보다. 뭐, 걔네는 걔네고 일단 칼퇴하고 일찍 다른 일할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니냐고 둘이 위안 삼아봤다. 세상살이 쉬운 것 없다. 약간의 헛헛함을 달래고자 이탈리아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빨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