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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Apr 16. 2020

어줍잖은 그들의 선민의식

솔직히 말하면 이번 팬데믹을 계기로 서양 시스템 그들의 마인드에 실망한게 한두 개가 아니다. 물론 기대가 있었느니 실망도 있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동안 미디어나 언론을 통해 본 서구 사회, 그리고 교육받았던 것이 흔들렸고 다르게 표현하자면 정말 머리를 한 대 맞는 기분이었다. 


이제 와서 미국과 유럽 몇 나라 그리고 WHO는 마스크 쓰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들 중 누군가는 어쩌면 애초부터 마스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비말감염과 공중보건을 생각하면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문화 차이라고 하지만 하루가 급한 상황에서 그들의 이미 발생한 곳의 교훈을 전혀 따르지 않았다. 마스크가 부족한 이유도 있고, 한국, 대만, 싱가포르와 같은 동양권에서 마스크를 쓰니 인정하기 싫었던 것 같다. 서양 사회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이걸 자신들의 뛰어난 ‘면역’으로 버티는 것이고, 동양인은 나약해서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걸 뒷받침하기 위해 그동안 언론에서 마스크가 의미 없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말해왔고 과학적 연구 결과와 의사 교수 등의 나름 전문 인력을 동원해 사람들을 믿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말을 뒤집었다. 다른 연구결과를 들이밀면서 말이다.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다. 이것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정도의 과학지식 남용이다.


정치인들의 브리핑을 보면 말끝마다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 모델링을 돌려서 분석해 본 결과라고 떠든다. 매번 과학적 근거에 의하여라는 말을 하는데 도대체 그 근거가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본 적이 없다, 단지 듣기만 한다. 그리고 우리는 잘 하고 있다, 잘 진행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안심을 준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안심을 시키고, 막상 돌아다니면 벌금을 매긴다. 그래, 대부분 나라의 정치인은  똑같구나. 


그런데 이런 무책임한 정부와 언론의 태도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영국 사람들의 태도다.  대부분 비판적이지 않다. 거창한 비판은 아니더라도 너무 순종적이라서 놀랐다.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본 많은 사람은 그러했다. 분명 나는 이곳에서 공부하고 논문을 쓸 때 Critical thinking을 하라고 교육을 받았는데, 막상 사회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무 여과 없이 TV 속의 사람이 말하는 것을 받아들인다. 너무 여과 없이 받아들여서 깜짝 놀랄 지경이다. 한국에서는 뉴스보다 혀를 찬다거나 모여서 욕을 한다거나 비판까지는 아니어도 볼멘소리 정도는  하는데, 이들은 그냥 스펀지다. 반박을 하거나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자신들만의 콧대와 NHS에 대한 무한 신뢰가 있다.  물론  이들의 지식은 대부분 TV에서 나온다. 의견 교류가 일절 안된다. 이방인의 시각에서 이들의 모습을 보면 영화 ‘조커’에 나오는 정신병 걸린 조커 계모(고담시티 시장의 말을 종교처럼 따르고 믿는)와 똑. 같. 다. 영화의 그 장면은 여과 없이 언론과 정치인을 믿는 우둔한 서양의 대중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수많은 과학발전을 일으킨 나라인데, 지금 이들의 모습을 보면 도저히 믿기지 않는 모습이다. 원래 이런 것일까? 그동안 우둔해지도록 만들어진 것일까?


트럼프에 이어서 보리스 존슨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칭했다. 중국에서 온 것이니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이는 분명 동양인에 대한 혐오감을 사람들에게 심어 줄 수 있는 표현이다. 자신들이 무능해서,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아서 혼란스러운 현재의 상황을 동양인에게 시선을 돌리도록 해 우둔한 국민들을 움직이는 것을 아닐까? 뜬금없이 모든 동양인에게 화살이 간다. 내가 영국에서 지내는 3년여 동안 단 한 번도 인종차별이라는 것을 (뒤에선 모르지만) 겉으로는 당해본 적이 없어 크게 신경 쓰고 살지 않았는데, 이번 사태를 통해 이들 인식에 그냥 전반적으로 그리고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 깔려있던 것이었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집콕하면서 미스터 선샤인을 추천받아 정주행 하고 있다. 여러 나라가 조선에 쳐들어오는 혼란스러운 와중인데 조선의 양반들은 공자왈 맹자왈하며 선비 자존심을 갖고 여자와 노비는 안되네 시대착오적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며 오늘날의 ‘내’가 보기에 참 답답하다 생각했는데, 영국이 지금 딱 그렇지 않나 싶다. 상황이 급박하고 시대가 변하고 있는 팬데믹 상황에 다윈의 진화론이니, 시민사회인 척, 자기네 의학기술이 최고인 척, 동양에서 얻은 팬데믹 교훈과 지식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취급하는 그런 행태 말이다. 그들의 과학지식과 발견은 대단하지만, 지금은 100여 년이 지났다. 구시대적이다. 어디든 유연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그런 오만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나이 많은 중증 환자보다 젊은 사람을 우선 치료하겠다는 기사가 오늘 가디언즈에 실렸다. 회복기에 있는 중증 환자도 더 이상 치료를 해 주지 않는다 한다. 젊고 건강한 사람 위주로의 치료로 전환했다.  부족한 장비 탓에 그리고 그 거만한 자존심 탓에 결국 생명을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이건 자연 도태설에 근거해서 한 것이라고 말하려나). 그리고 늘 그렇듯 순응하던 국민들은 받아들여야 한다. 안타깝다.


관련기사링크:

https://www.theguardian.com/society/2020/apr/01/ventilators-may-be-taken-from-stable-coronavirus-patients-for-healthier-ones-bma-says?CMP=Share_iOSApp_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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