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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Jul 15. 2020

경험이 이해를 만든다.


영국에 살면서 느끼는 큰 장점이자 단점중의 하나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지역에서 모이기도 하고 국가 문화, 환경이 천차만별로 다른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장 생각나는 인상 깊던 배경의 학교 친구들은 시리아, 이라크, 팔레스타인, 자메이카 요 정도인 것 같고, 지금 있는 곳은 국가적 다양성은 떨어지지만 다양한 영국인을 만나볼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을 한편으로는 단점이라 표현한 이유는 내가 살아온 삶 속에서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신적/감정적으로 당황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반면, 장점은 이를 겪고 나면 그 바탕으로 내 경험의 폭이 커져서 이해의 범주도 넓어진다.

단순한 예로, 나는 중동에서 지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슬람교도가 돼지고기와 술을 즐기기도 한다는 것을 오히려 영국에서 알게 되었고 (이슬람도 유연한 종파가 있더라), 누군가는 분쟁지역이 집이라 가서 휴가를 보내기도 한다는 것이 좀 충격적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나의 스테레오타입을 깨주는 일련의 작은 사건들이 계속해서 내 마음과 생각을 자극하면 마음과 생각이 고정관념으로 단단해질 틈없이 말랑말랑해진다. 우리가 흔히 일컫는 꼰대란 이러한 외부 자극이 적거나 없어서 혼자 가진 마음과 생각이 단단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보면, 결국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고 인간사 사실 이해 못 할 부분도 없다.

계층의 불문율 (출처: A framework of understanding poverty 계층 이동의 사다리, 루비페인 저)

그러던 중 최근에 계층에 대한 재미있는 글을 하나 읽었는데 위의 프레임 논리가 각 계층에도 적용되는 것 같아 느끼는 바가 많았다. 특히 최근에 부동산과 기득권층의 비리에 한국에서 하도 갑론을박이 많은지라 내용이 흥미롭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몇 공유를 했는데, 그 반응이 참 가지각색이었다. 같은 내용을 보고 성공을 다짐하는 사람도 있고, 내용이 안 맞는다며 내용을 부정하는 사람, 정치적 프레임에 끼우는 사람도 있었다. 여기서 포인트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관점에 비추어 (그리고 이 관점은 아마 자신이 살아온 세월과 경험으로 이루어진) 오롯이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도표를 보고도 사람들의 반응이 저렇게 다양하니, 경험과 이해의 폭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는 바가 컸다. 저자는 이 부분을 집는다. 내가 속한 계층이 아닌 경우 그 외 계층의 행동을 이상하다고 거부감을 느끼면 안 되는 것이, 서로의 계층을 경험해 보지/선택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같은 하늘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다른 세상에 있기 때문에 서로의 다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이쯤 되니 기득권층에서 민중을 개돼지라고 표현한 것도 이해가 갈 정도다. 여기서 말하는 부유층의 행동양식은 또한 영국과 한국이나 큰 맥락에서 차이도 없어 보인다. 다만 영국이 사회적 관습과 경제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를 오랜 시간에 걸쳐 층을 더 견고히 했다는 정도? 어쨌든 위에 언급한 계층의 불문율은 요즘의 시대상과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도표라 흥미로우면서도 씁쓸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한 줌의 경험에 비추어 많은 것을 판단하면 안 된다. 내가 경험한 부분은 극히 일부 중의 일부일 뿐이니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간접경험이던 직접경험이던 경험을 하며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비단, 사람뿐 아니라 한 사회 정치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이 논리는 적용된다. 물론 이것 역시 개인의 선택의 문제지만 나는 최대한의 경험으로 이해의 폭을 넓히려 해본다, 이유는? 심플하다. 그래야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적어도 나는 이런 경험들이 쌓여 마음과 생각이 말랑한, 꼰대와는 먼 사람이 되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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