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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Jul 04. 2020

다시, 업무; 일에 대한 고찰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3개월의 휴직이 끝났다. 지난주에 복귀 연락을 받았는데, 마스크 쓰고 이제 출근을 해야 하나 걱정도 잠시 컴퓨터와 관련 기기를 몽땅 가져가라고 연락이 왔다. 이제 재택근무의 시작이다. 그렇게 보안을 까다롭게 하던 곳이, 결국 COVID-19에 굴복하고 기기 반출을 허용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동안 재택근무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나 보다. 지난 금요일은 컴퓨터를 가지러 갔고 본체와 24인치 모니터 두 개, 그리고 재택근무를 위한 여러 가이드라인들을 들고 왔다. 사무실에 출근하는 사람들도 몇 있었는데 대략 30% 정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지난 4월은 생각보다 시간이 정말 더디게 갔다. 집 밖으로 외출도 하루 한 번으로 제한했을 때이니, 24시간이 길었다. 미뤄놨던 책도 몰아보고, 넷플릭스도 보고, 인기 있던 드라마도 몰아보고, 쉬는 느낌을 오롯이 즐기다 보니 5월이 찾아왔다. 집에 있는게 적응이 되었는지 5월부터는 시간이 갑자기 빨리 흐르기 시작했다. 삼시 세끼 밥 차려 먹고 일주일에 한 번씩 장보고 산책 한두 번 했다고 생각했는데 5월이 가버렸다. 아직 5월 초였으면 좋겠는데, 벌써 5월 말이야?라고 아쉬워했다. 6월은 말 그대로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냥 순삭이었다. 이 삶에 적응되려 하니 다시 업무 시작이다. 정말 너무 심심할 때는 뭐 일이라도 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아주아주아주가끔)싶었는데, 막상 한다니 또 아쉽다. 사람이 이렇게나 간사하다. 


그래서 일의 의미를 생각해봤다. 이건 한국에서 신입사원이던 2012년부터 약 8년째 해오던 생각이다. 다만 이번엔 생각이 좀 더 디벨롭 돼서 이루어졌다. 

일의 1차적 목표, 아주 분명하게 생계. 졸업하고 내 밥벌이는 해야 하니까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기계발 이런 건 잘 모르겠고 잘 먹고 잘 입고 잘 지내고 싶은 ‘의식주를 위한 생계’였다. 철저히 생계를 위해 일을 했다. '생계'와 직결되면 일단 회사에서 철저한 을이 된다. 싫은 일도 하고, 눈치도 보고, 혹시 찍히면 피해 입을까 초조하게 생활한다. 그래서일까 스트레스가 더 컸던 것 같다.


영국에 오면서는 일의 의미가 조금 바뀌었다. 공부를 마치고, 영국에 더 ‘살아보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좀 더 세상 구경을 하기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영국, 더 크게는 유럽에서 살아보기 위해 일을 한다. 그런데 그 일이 마침 생계도 해결해 준다. 의,식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도움이 된다. 일단 살아보는게 더 중요하니 좋은 의식주를 추구하는 마음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린다. 두 번째 비자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현재 비자가 해결된 지금 당분간은 눈치 볼일이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일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바꾸니 이루어진 변화다.


그러던 중 이번 휴직 기간 동안 일을 안 하고 80%의 월급을 받으며, 영국에 지내고 있으니 일의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 유럽에 살고 있는데 생계도 해결되는 상황에는 뭘 해야 할까. 마냥 놀 수도 있겠지만, (코로나 때문에 밖에 못 나가서 그런지) 노는데 한계가 있어서 일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말로만 듣던 '자아실현'을 위해 일을 하는 걸까. 시간이 걸리는 건 둘째치고 내가 좋아하는 일 혹은 해보고 싶던 일을 찾아 나서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 


직업이 전부는 아니다. 좋은 사람이 되는 과정에 직업도 있는 것이다. 직업은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방편일 뿐이다. 삶을 직업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직업을 삶에 맞추어야 한다.

 -권석천 <사람에 대한 예의>-

그러던 중 우연히 와닿는 구절을 발견했다. 삶에 직업을 맞춘 다는 것. 내가 추구하는 삶의 과정 속에서 한 행위가 직업일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의 자기의 기준과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의 기준이 있으면 일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 

일을 시작하려니 별 잡생각이 다 들어서 주절주절. 물론 아직도 정리는 안됐지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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