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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Jul 31. 2020

성향에 대한 고찰


요즘 관심사 중 하나가 ‘사람’이다. 한 사람의 배경과 성향을 알면 그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혹은 그 사람을 억지로 이해하려 않아도 아, 저런 성향이니 그렇구나 하고 좀 더 무던하게 넘어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호기심 반으로 사주 책을 몇 권 사서 봤는데 그렇게 재미날 수가 없다. 사람에 대한 포용력이 더 커진다고나 할까? '이 사람은 나랑 안 맞는 성향이었네' 하고 나름 조심도 하게 된다. 사주가 동양의 성향 분석 버전이라면, MBTI는 서양 버전이다. 요 몇 달간 유행해서 주변인들의 타입을 듣다보면 전에는 없던 납득과 관대함이 갑자기 생긴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인간의 성향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구와 관심이 충만한 것 같은데, 나라별 성향을 구분해 놓은 책이나 글은 없을까 찾아도 봤다. 이유인즉슨, 사람의 성향이나 MBTI 정도로는 구분할 수 없는 어떤 국가적 국민성도 개인의 특징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인 속에서는 느끼지 못했지만 나와보면 느껴지는 한국인의 특성, 이를테면 정이 많고, 직설적이라든지, 고고한 유교 사상에서 비롯된 체면이나 겸손함 배려심 그리고 남을 신경 쓰는 것들. 모두가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아도 한국인에게 느껴지는 국민성이 분명 있다. 


한국인과 영국인의 Top personality types (출처: https://www.16personalities.com/country-profiles)


한편 영국인은 항상 돌려 말해서 속내를 알 수 없다. 한국인인 나로서는 답답할 때가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이들끼리는 자연스러우니 이는 한국인인 나만이 그들에게서 느끼는 성향이다. 영국인들은 일하다 보면 뭔가 비밀스럽고, 험담도 많이 한다. 체면과 배려심도 신경을 쓰는 것 같긴 한데 과연 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일까? 싶을 정도로 겉치레 느낌이 한국보다 훨씬 강하다. 정확하게 매듭짓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뭔가 항상 뭉뚱그려 뜬구름 잡는 느낌이다. 그러니 각자의 생각대로, 자신의 방식으로 산으로 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계약이나 메뉴얼과 같은 것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발전시키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이러한 특성 때문에 나도 내 주장을 항상 제대로 강하게 (아니 세게!)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항상 애매하게 태도를 취하다가 언제 딴소리할지 모르니 조심하는 습관도 생겼다. 반면, 개인주의/가족 중심 성향이 강해서 외부인들과 끈끈히 얽히지 않은 것은 오히려 내향적인 내가 적응하기에 잘 맞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중국인도 대체적으로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 많다. 중국인과 조금만 이야기하다 보면 중화사상에 대해 간접적/직접적으로 아주 잘 깨달을 수 있다. 간혹 유교의 영향을 받아 한국인처럼 겸손함을 미덕으로 삼은 사람들이 있긴 한데, 전반적으로 본인 주장이 강하다. 심지어 얼토당토않는 소리도 나름 논리를 만들어서 한다. 처음에는 이렇게 자기주장 강한 사람들에게 불만이 많았는데, 되려 살면 살수록 언급한 영국, 중국인 뿐 아니라 이런 사람들이 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겸손과 배려를 미덕 삼아 자기주장을 세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돼서는 안되겠다 싶어 나도 내 주장을 세게 말한다. 경청의 자세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다 듣고 말하려면 내 발언권을 잃을 수 있으니, 중간에 치고 나가야 한다. 그래야 ‘내 생각은 이렇다’ 어필이라도 할 수 있다. '버릇없이 어른 말하는데 끼어든다'라는 표현은 딱 한국에서만 적용되는 것 같다.


이런 서바이벌(?) 상황 속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혹시 한국인의 성향은 항상 누굴 공격하기보단 주로 침략만 당하고 있던 국가라 그런건 아닐까 싶었다. 잦은 전쟁통에서도 서로 도와야 하니 정도 많고, 돌려 말하면 급박한 와중에 소통도 안되니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등의 성향 말이다. 남을 신경 쓰고 배려하는 것도 이러한 역사적/환경적 특수한(?) 배경에서 나온 습성들이 아닐까. (베트남에 잠깐 있었던) 남편 말로는 베트남 사람들 성향도 한국인과 비슷하다 하고, 영국의 침입을 많이 받은 아일랜드도 그러하다 하던데. 이건 분명 외부의 침입을 많이 당한 곳의 공통된 성향 아닐까 추측해본다.


반면 우리가 흔히 강대국이라 불리는 곳들, 과거 공격적 성향이 짙던 곳들, 미국 중국 영국과 같은 곳은 전반적으로 개인의 주장이 강하고, 본인 잘난 맛에 사는 느낌이다. 심지어 가끔은 (내 시각에서) 저렇게 건방지고 버릇없게 해도 되는 거야? 싶은데, 결과론적으로 보면 나만 그렇게 생각하지 자기네끼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오히려 배려 혹은 유약한 모습을 보이면 더 만만하게 본다랄까. 전형적으로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이 많다. 이런 마인드로 그동안 다른 민족과 나라를 정복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은 사람들의 이러한 특성에 적응이 안 돼서 욕하고 궁시렁거렸는데, 요즘에는 유사한 경험의 반복으로 깨달은 바가 많아 스스로를 연마하는 과정에 있다. 뭐 어느 하나 특정한 성향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험난한 세상 생존 전략을 깨닫는데 있어서 이를 파악해 보는 것은 분명 좋은 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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